최악의 가뭄 덮친 소말리아
유엔 기근지역 선포
긴급 식량·의료품 공수
“기근, 전역 확산될것”
유엔 기근지역 선포
긴급 식량·의료품 공수
“기근, 전역 확산될것”
소말리아 어린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부 아프리카를 덮친 최악의 가뭄 탓이다. 20년째 지속된 내전과 극도의 치안불안도 사태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유엔은 최근 몇달 새 소말리아에서만 수만명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대다수는 어린이들이다. 소말리아 어린이 3명 중 1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며, 10명 중 1명은 아사 위기다. 매일 1만명 중 4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일 소말리아 중남부 지역 2곳을 ‘기근 지역’으로 선포했다. 유엔의 ‘기근’ 선포는 1992년 이후 19년 만이다. 특정 지역에서 어린이의 30%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고, 인구 1만명당 기아 사망자가 하루에 2명 이상이며,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식량을 구할 수 없는 경우 유엔은 해당지역을 ‘기근’으로 규정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이날 성명을 내어 “1억2000만달러의 긴급 식량원조 자금이 필요하다”고 전세계에 호소했다.
마크 보던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관은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기근’이 두 달 안에 소말리아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구호가 늦어지는 것은 곧 무고한 인명 손실을 뜻한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소말리아 전체 인구 936만명(2010년 현재)의 약 40%인 370만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일부 지역의 어린이 영양실조율은 50%에 이르며, 5살 이하 영유아 1만명 중 6명이 날마다 목숨을 잃는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최소 50만명의 어린이가 죽음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소말리아 대부분 지역을 장악한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무장세력 알샤바브도 최근 국제구호단체의 긴급구호 활동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알샤바브는 2010년 초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던 세계식량계획(WFP)을 ‘서방의 첩보기구’라는 구실로 추방한 이후 국제구호단체의 활동을 막아왔으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태도를 바꿨다.
앞서 17일 유엔아동기금은 소말리아에 식량과 의약품을 비행기로 공수하기 시작했다. 유엔난민기구도 이날 소말리아의 접경국 에티오피아와 케냐에 난민 텐트를 공수했으며, 구호품 전달을 위한 차량과 발전기 등도 전달할 예정이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에 있는 유엔 난민캠프에는 매일 4000여명의 소말리아 난민이 몰려든다. 에티오피아의 돌로 오도에 있는 캠프에만 11만2000명의 난민이 있다. 식량 사정과 수용 환경이 턱없이 열악한데다, 수용자 사망률도 사하라 이남 지역의 다른 유엔 난민캠프보다 훨씬 높다. 그래도 이곳만이 난민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닷새 동안 걸어서 이 캠프에 도착했다는 마리암 가말레(19)는 19일 <데페아>(dpa) 통신에 “뭐든 먹을 것만 있다면 이곳에 있겠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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