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계정 ‘얄라 와이엘’서 2만명 열성 접속
평화·축구·사진 등 화제 다양…전세계 후원 봇물
평화·축구·사진 등 화제 다양…전세계 후원 봇물
팔레스타인 대학생 모아드 아르쿱은 최근 인터넷에서 우연히 ‘얄라 와이엘’(www.facebook.com/yalaYL)이라는 계정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현실 세계에선 상대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할 이스라엘과 아랍의 젊은이들이 가상공간인 페이스북에서 스스럼없이 친구가 돼 어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계정에 곧바로 가입했어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장벽이 없는 소통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이스라엘의 전직 외교관이자 의원이었던 우리 사비르(58)가 지난 5월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가 오랜 적대관계에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젊은이들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1일 소개했다. 사비르는 1990년대 오슬로협정의 이스라엘 협상팀 대표를 지냈으며, 지금은 ‘평화를 위한 페레스 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아랍어 ‘얄라’는 영어로 ‘레츠 고’라는 뜻이며, YL은 ‘Young Leaders’(젊은 지도자들)의 머리글자다.
페이스북 ‘얄라 와이엘’ 페이지에선 ‘중동 평화’에 대한 의견에서부터 축구, 사진, 음악까지 일상의 모든 관심사에 대한 얘기들이 오간다. 개설 첫달에만 9만1000여건의 접속 기록을 올렸다. 지금까지 2만2500여명에 이르는 접속자의 60%가 팔레스타인,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등 아랍 누리꾼들이다. 시몬 페레스(전 이스라엘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토니 블레어(전 영국 총리), 샤론 스톤(미국 여배우) 등 유명인들도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사비르는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엔 용감한 지도자가 없어 신세대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선 섹스, 전쟁, 사업까지 모든 게 다 있습니다. 평화라고 안 될 게 있나요?”
‘얄라 와이엘’은 이미 사진 경연대회를 후원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각각 한 명씩 뽑힌 우승자는 선물로 다음달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 바르셀로나 프로축구팀, 미국 음악 전문 방송사 엠티브이(MTV)와도 스폰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과 페이스북 창설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전화 통화로 해당 사이트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사이트에선 영어·히브리어·아랍어가 공존한다. 그중 오고간 한 영어 문답엔 날카로운 재치와 풍자가 번뜩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일주일 동안 한방에 가둬두면 어떻게 될까?”(아론 카드문, 이스라엘)
“상대방도 눈·코·입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기 예수 공현 축일’을 맞으면 유대인·무슬림·기독교인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되겠지.”(나딘 피라스, 팔레스타인)
“(그들이 갇힌) 방문을 열지 마시오.”(또다른 팔레스타인 누리꾼)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그들이 갇힌) 방문을 열지 마시오.”(또다른 팔레스타인 누리꾼)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