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75조원 풀어 불만 무마…“미친 돈잔치” 비판
반정부 시위를 ‘오일 머니’로 막아라!
아랍 산유부국인 쿠웨이트가 올 초부터 중동 전역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운동이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통큰 돈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쿠웨이트 의회는 30일 ‘2011/2012 회계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에서 쿠웨이트 역사상 최대 수치인 194억쿠웨이트달러(약 75조4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승인했다고 현지 일간 <쿠웨이트 타임스>가 보도했다. 예외적인 일회성 특별예산 55억쿠웨이트달러가 포함돼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2009 회계연도 당시의 187억쿠웨이트달러보다도 많은 것이다.
쿠웨이트는 세계 5위의 원유 매장량에 인구는 260만명에 불과한 부유한 왕정국가다. 1756년 이래 255년째 이 나라를 통치해온 사바 왕실의 내각이 60억쿠웨이트달러의 재정적자를 감수해가면서 지난해보다 11.3%나 늘린 선심성 예산의 대부분은 연료비 보조금과 교사·군인 등 공공부문 임금 인상에 쓰일 예정이다. 정당 설립이 금지되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받아온 국민들의 불만에 돈으로 방화벽을 치겠다는 뜻이다.
쿠웨이트 의회의 아드난 압둘살마드 예산위원장은 “이건 미친 예산”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다른 많은 의원들도 과도한 재정지출 계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쿠웨이트의 경제 전문가 아무르 알타미미는 30일 <뉴욕타임스>에 “이번 예산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유값 하락 땐 큰 폭의 재정적자 부담에 직면할 것이란 얘기다.
한편 아랍에미리트는 국민 참정권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안와르 가르가시 국무장관은 지난 28일 “다음 연방평의회 의원 선거(2015년) 때 선거인단 규모를 (현재 7000명에서) 15만명으로 늘리고, 그 다음(2019년) 선거 때는 모든 성인 남녀에게 투표권이 부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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