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대통령 청문회 출석요구…“수 주안 사임 압박”
이란 권력 핵심층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2009년 대선 부정선거 시비와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도 건재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최근 각료 인선과 정책 집행을 둘러싼 논란에다 측근들의 부패 혐의까지 겹치면서 정권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란 의회는 27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해 체육청소년부 장관 임명과 테헤란 지하철 건설 예산의 집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회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고 <테헤란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전체 의원 290명중 100명의 서명으로 대통령 출석 요구안이 가결됨에 따라, 아마디네자드는 한 달안에 의회에 나와 답변해야 한다.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의회의 청문회 명분은 국정 질의이지만, 정치권 내부에서 의회를 장악한 보수파와 행정부의 중심세력인 신보수파의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최고지도자이자 보수파의 좌장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신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불화설이 증폭돼 온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아마디네자드는 최근 들어 각료 인사와 정책 집행을 놓고 사사건건 의회와 대립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1일 이란 의회는 하미드 사자디 신임 체육장관에 대한 인준을 부결시켰다. 모하메드 샤리프 말레크자데 외무차관도 이날 의회의 퇴진 압력으로 임명 나흘만에 자진 사퇴했다. 횡령 혐의로 사법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게 이유였지만, 그가 아마디네지드 대통령의 ‘오른팔’인 에스판디야르 라힘 마샤이 비서실장의 측근이란 점도 작용했다. 지난 주에는 마샤에의 측근 3명이 잇따라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보수파 의회는 세속주의 색깔이 짙은 마샤이의 해임을 요구해왔다. 앞서 지난 4월 마샤이 비서실장은 보수파 성향의 정보장관 2명을 해임해 하메네이의 격노를 샀다. 당시 아마디네자드는 하메네이의 정보장관 복직 지시를 거부하고 11일간이나 직무 파업을 하다 복귀해, 의회와 이슬람 성직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란 정치세력 중 보수파는 ‘이슬람의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신보수파는 사회정의 실현에 무게를 두는 세속주의 성향이 강하다. 아마디네자드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초로 성직자 출신이 아닌 대통령이기도 하다. 권력 핵심부에서 벌어지는 두 정파의 힘겨루기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정체성에 대한 신념과 정책 노선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28일 “아마디네자드가 2009년 반정부 시위 정국보다 더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아 수 주안에 사임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이란 정가에선 벌써부터 누가 아마디네자드의 후임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추측까지 나돈다”고 전했다.
이란은 내년 총선에 이어 2013년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의회 보수파가 성직자 및 군부엘리트 집단과 상인들이 지지층이다. 반면, 아마디네자드의 신보수파는 폭넓은 서민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의 갈등으로 표출된 두 정파의 대립이 향후 이란의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이란은 내년 총선에 이어 2013년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의회 보수파가 성직자 및 군부엘리트 집단과 상인들이 지지층이다. 반면, 아마디네자드의 신보수파는 폭넓은 서민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의 갈등으로 표출된 두 정파의 대립이 향후 이란의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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