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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나토, 리비아 민간인 오폭 첫 시인

등록 2011-06-20 20:37수정 2011-06-20 21:19

트리폴리 공습때 어린이 2명 등 9명 숨져
“무기 오작동 유감”…군사개입 논란 격화
19일 새벽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9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나토는 ‘무기 시스템 오작동’이 원인이라며, 자세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나토의 리비아 작전사령관인 샤를 부샤르 중장(캐나다)은 이날 늦게 성명을 내어 “공격 목표물은 카다피군의 미사일 기지였으나, (나토 공군기의) 미사일 1발이 목표물을 맞히지 못했다”며 “무고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는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으며, 무기시스템이 오작동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나토 조사관들이 19일 저녁 트리폴리 공습에 출격한 프랑스 공군 조종사들을 상대로 간단한 조사를 벌인 데 이어, 비행기록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 정부는 이날 트리폴리 주재 외신기자들에게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주검을 수습하는 현장과 어린이 2명 등 5구의 주검이 안치된 병원을 공개했다. 압둘아티 오베이디 리비아 외무장관은 “나토의 공습은 트리폴리 시민들의 정신을 파괴하려는 애처로운 시도”라며 “우리는 지도자(무아마르 카다피)와 함께 우리의 땅 위에 건재하며, (나토의 공습을) 절대로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리비아 반정부세력의 대표 기구인 과도국가평의회의 압둘하피드 고가 대변인은 “나토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희생은 유감”이라면서도 “군사시설을 민간인 지역 부근에 배치한 카다피 정권에 책임이 있다”며 카다피 정권을 비난했다.

나토가 지난 3월 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이후 오폭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18일에는 나토 공군기들이 리비아 동부의 석유수출항인 브레가에서 리비아 반군의 군용차량들을 오폭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리비아 보건부는 지금까지 나토의 공습으로 모두 856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국제사회나 민간단체들의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오폭에 따른 민간인 사망으로 나토의 리비아 군사작전에 제동이 걸릴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나토의 리비아 사태 개입의 목표와 강도에 대한 논란은 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 타임스>는 19일 “이번 오폭 사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리비아 군사작전’의 초점이 없고 열악한 장비의 유럽 동맹국들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미국 의회의 비판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비아 반군도 나토의 공습이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려왔다. 지난주 중부 미스라타에선 트리폴리 쪽으로 진격하던 리비아 반군이 카다피 정부군을 겨냥한 나토군 헬기의 무차별 공습과 경고 전단에 오히려 진로가 막히면서 외곽으로 후퇴하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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