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유엔 직업학교 학생들이 15일(현지시각) 중고 재활용 부품들을 조립하고 있다. 유엔 누리집 갈무리
재활용품으로 경주차 제작
내달 영국F-1 대회 출전
참가비용 없어 ‘전전긍긍’
“‘메이드 인 가자’ 붙이고파”
내달 영국F-1 대회 출전
참가비용 없어 ‘전전긍긍’
“‘메이드 인 가자’ 붙이고파”
높은 분리장벽과 숨 막히는 봉쇄도 꿈을 가둘 순 없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청소년들이 ‘포뮬러원’(F-1)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어 유럽에서 질주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고 15일(현지시각) 유엔 뉴스센터가 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운영하는 직업학교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어렵게 구한 재활용 부속품들을 조립해 보란듯이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15일엔 시험운전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달 14~17일 영국 중동부의 실버스톤 서킷에서 열리는 ‘포뮬러원 학생부 경주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이 대회는 재규어 랜드로버나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이 재능 있는 기술 인력을 발굴하고 채용하는 대회로도 유명하다.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에겐 F-1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것부터가 엄청난 도전이었다. 올해로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봉쇄 탓에, 가자지구에서는 기계부품은커녕 최소한의 생필품을 구하기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은 중고 오토바이에서 떼어내 고출력으로 개조했다. 조향장치와 브레이크도 낡은 자동차 부품들을 재활용하거나 직접 금속을 주물했다. 가자지구에서 구할 수 없는 부품들은 이탈리아에 주문했으나, 이스라엘의 반입 금지에 막혔다.
그래도 학생들은 밤을 새워가며 차체를 만들고 사포로 문지르고 정성스럽게 페이트칠을 했다. 영국 기계기술자협회의 콜린 브라운은 “이들이 온갖 악조건에 맞서 땀 흘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로 감동적”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궁핍한 지역에서 거의 모든 부품을 재활용해 포뮬러원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어낸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유럽 질주’의 꿈을 실현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동차의 성능을 더 개량해야 하지만 자본과 기술이 한참 부족하다. 완성된 자동차를 영국까지 싣고 갈 돈도 없다. 대회 기간 동안 영국에 머무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유엔 뉴스센터는 이들이 대회 참가 비용을 지원해줄 스폰서를 간절히 찾고 있다고 전했다.
‘포뮬러원 학생부 대회’의 가자지구 대표팀장이 될 오사마 알오스마니는 “우린 아무것도 없이 살지만, 그래도 뭔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마지막 작업은 자동차에 라벨을 붙이는 겁니다. 라벨엔 이렇게 새길 겁니다. ‘메이드 인 가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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