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시위대 거점 공습으로 30여명 사망…내전 격화
시리아, 무차별 진압에 평화 시위대도 무장투쟁 돌입
시리아, 무차별 진압에 평화 시위대도 무장투쟁 돌입
길바닥에 쓰러진 열살 남짓 소년은 고개를 들기도 힘들어 보였다. 눈망울은 처연했고, 가슴이 닿은 땅은 점점 더 넓게 피에 젖었다. 주변은 총성과 비명, 흩어지는 시위대로 아비규환이다.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중심지 홈스에서 누군가 촬영해 인터넷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다. 또다른 동영상에선 한 시민이 길 저편 보안군을 향해 조악한 사제 로켓추진총류탄을 쏜 뒤 데굴데굴 몸을 구른다. 예멘 남부 도시 타이즈에서 촬영된 동영상에도 쏟아지는 총탄을 피해 달아나던 시위대가 피를 흘리는 사람을 다급히 옮겨가는 모습이 담겼다. 언론 접근이 차단된 현지에서 시민들이 촬영한 화면은 모두 거칠게 흔들린다.
‘아랍의 봄’에 힘입은 시리아와 예멘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정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은 전투기까지 동원해 반정부 저항세력의 거점에 공습을 퍼부었다. 시리아 시위대는 탱크와 저격수를 앞세운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서 무장저항을 시작했다.
예멘 정부군은 지난 30일 반정부 시위가 거센 남부 진지바르 인근에 전투기 공습을 감행해 최소 30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알리라는 한 시민은 “도시가 초토화됐고 주민들은 모두 떠났다 ”고 말했다.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예멘 보안군이 또다른 남부도시 타이즈에서도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하고 텐트에 불을 질러 지난 이틀새 5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선 31일 반정부 무장투쟁을 선언한 하시드 부족연합과 살레 친위군이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 예멘 정부는 이날 “(하시드 부족과의) 휴전협정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현재 예멘은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 참전했던 무장세력과 1994년 내전 당시의 남부군들까지 반정부 무장투쟁에 가세하면서 총체적 내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시리아에선 시민들이 평화 시위 석달 만에 처음으로 총을 들었다. 30일 중부 홈스에선 자동화기와 로켓추진총류탄으로 무장한 시민군이 격렬한 교전 끝에 보안군을 물리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한 주민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군이 무장 저항에 맞닥뜨리자 마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반정부 활동가는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지만 시민을 능욕한 보안군의 행태가 무장투쟁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군의 무장은 자위권 차원이며 지휘체계를 갖춘 조직적 무장투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리아 남부의 레바논 접경지역인 탈칼라크 등지에서도 시위대가 무장저항에 나섰다는 소식도 나왔지만 확인되진 않고 있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30일 “시리아의 야만적 시위 진압은 충격적”이라며 아사드 정부에 유엔진상조사단의 입국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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