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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시민학살 당사자 첫 사형판결

등록 2011-05-23 20:52

시위대 무차별 발포 경찰관 궐석재판에서 확정
시민혁명 100일…독재청산·정치개혁작업 계속
이집트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학살한 당사자에 대한 첫 사형 판결이 나왔다.

 이집트 카이로 형사법원은 22일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월28일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해 20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관 모하메드 이브라힘 압델 모넴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다고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지난 2월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혁명으로 쫓겨난 뒤 시위대 학살 책임을 물은 사형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이로 법원은 이집트 현행법에 따라 그랜드 무프티(이슬람 율법해석 최고 권위자)인 알리 고마에게 이번 사형 판결에 대한 승인을 얻은 뒤 사형 선고를 확정할 예정이다.

 법원 밖에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판결 소식에 환호했다. “신은 위대하다”는 외침도 터졌다. 이번 재판은 모넴이 체포를 피해 잠적한 상태에서 궐석재판으로 이뤄졌다. 피고쪽 변호인들은 모넴이 하급 경찰관인데다 법정에 출두하지도 않은 까닭에 재판부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는 데 부담이 없었다며 판결에 불만을 표시했다. 몸통은 놔두고 꼬리만 자른다는 항변이다. 타헤르 아부 엘나스르 변호사는 <에이피>(AP) 통신에 피고가 체포되면 재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집트 검찰의 칼끝이 ‘몸통’을 비켜가고 있지는 않다. 지난 22일로 ‘무바라크 축출 100일’을 넘긴 이집트는 분출하는 요구와 희망과 혼돈이 뒤섞인 혁명 후유증 속에서도 민간정부 수립 일정과 정치·사회적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있다. 학살 책임자 처벌과 과거독재 청산은 “혁명 수호”를 외치는 시민·야권 세력과 “점진적 개혁”을 강조하는 최고군사위원회가 맞붙는 최접점이자 ‘이집트 혁명’을 판가름할 시금석이다.

 무바라크(82) 전 대통령과 두 아들 알라와 가말은 현재 권력남용과 부정축재 등의 혐의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집트 검찰은 또 무바라크 내각과 집권당의 핵심 측근들도 비리와 유혈진압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법원은 이 달 들어 하비브 아들리 전 내무장관에게 돈세탁 및 부당이득 혐의로 징역 12년, 10일에는 주헤이르 가라나 전 관광장관에게 부패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기소된 시점에 견줘 비교적 신속한 사법절차가 진행중인 셈이다.

 특히 지난 21일엔 아들리에 대한 항소심 법정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아들리를 “도살자”라고 비난하며 거센 항의시위를 벌여 공판 일정이 다음달로 미뤄지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들리는 무바라크의 최측근으로 13년간 내무장관을 지냈으며, 이집트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한 보안군의 최고위 지휘 책임자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 부부의 건강상태 진단도 논란과 반발에 휩싸였다. 무바라크는 지난달 심장질환을 호소해 휴양지인 샤름엘셰이크의 병원 특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입원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시민운동가들은 무바라크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 탄압에 앞장서온 법무부에 소속된 법의학국의 건강 진단에 대해 갈수록 불신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2일 전했다.

 앞서 지난주에는 무바라크의 부인 수전(70)도 구속 수사 방침이 알려지자 병원에 입원했다가, 부정축재한 재산 2400만 이집트 파운드(한화 44억 원 상당)를 국가에 헌납하고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집트 보건 당국은 22일 수전의 건강상태가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을만큼 호전됐다고 밝혔다고 <유피아이>(UPI) 통신이 이집트 최대 일간 <알아흐람>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집트 보건부장관은 또 무바라크의 입원치료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지 않고 무바라크의 재산 처분을 담당하고 있는 검찰과 반부패청에 청구해 국고로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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