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의 여기자 도로시 파바스
“뼈가 부러지게 때리는 소리, 처절한 신음 들었다”
간첩 혐의로 사흘 억류…이란으로 추방됐다 석방
간첩 혐의로 사흘 억류…이란으로 추방됐다 석방
“왈라히, 왈라히!”(알라께 맹세컨대, 알라께…), “라, 라!”(아니요, 아닙니다).
외마디 비명은 ‘퍽’, ‘퍽’ 둔탁한 매질 소리에 흩어졌다. 단촐한 방들의 풍경은 대개 똑같았다. 위압적인 심문, 무자비한 폭력, 처절한 신음…. 벽에 얼룩진 핏자욱들은 음습한 두려움을 더했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여기자 도로시 파바스가 18일 시리아의 비밀 감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폭로했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있는 알자자리 본사 스튜디오에서다. 시리아 현지에서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다 실종된지 스무날 만이자, 추방지인 이란에서 풀려난 다음 날이다.
파브스는 지난달 29일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사복 차림의 남자들에게 어디론가 납치됐다고 했다. 머리채를 나꿔챈 괴한들은 시리아 보안당국 요원들이었다. 20여분쯤 차를 달려 어느 건물 앞 검문소가 나오자 보안 요원들은 파브스의 눈을 가렸다. 무장경비원들이 문을 열어준 그 곳은 군사 시설물 같아 보였으나 모두 사복 차림이었다. 소지품 검사에서 위성전화기와 인터넷 연결장치가 나왔다. 흔히 구입할 수 있는 기사 송신용 장비들이었지만, 파브스는 ‘간첩’으로 몰렸다. 알자지라 방송사가 보증한 비자와 미국 여권도 소용 없었다.
대기실 같은 좁은 방에는 나흘 전 붙잡혀왔다는 25살 여성이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앉아있었다. 다마스커스의 옷가게 점원인 그는 시위 참가 용의자였지만, 정작 그는 왜 자기가 무카바라트(시리아 비밀경찰)에게 찍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얼마 뒤 파브스는 눈을 가리고 수갑이 채워진 채 법정처럼 보이는 첫 심문실로 끌려가 벽 쪽을 향해 섰다. 등 뒤로는 먼저 잡혀와 있던 시위 용의자를 두들기는 주먹질 소리와 말울음 소리 같은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소속과 방문 목적 등에 관한 문답이 이어진 뒤, 파브스는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복도 밖에는 스무살이 채 안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쇠사슬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엔 노란색 진술용지가 놓여 있었다. 펜을 쥔 손은 심하게 떨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비명 소리와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건물 벽엔 “아사드(시라아 대통령)가 보스”라는 표어가 붙어있었다.
파브스의 심문자는 알자지라 방송을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와 동급으로 봤다. 그는 알자지라가 유엔안보리와 함께 시리아에 큰 문젯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브스는 10대 여성이 갇혀있는 방으로 다시 옮겨져 첫날 밤을 맞았다. 그도 영문을 모른 채 거리에서 붙들려왔다고 했다. 벌써 여드레째인 그는 하루 세 끼 모두 형편없이 상한 음식에 구토가 나올 지경이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먹는다고 했다.
파브스는 그 곳에 억류된 사흘 내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날 때까지 사람을 두들겨패는 소리를 들었다. 시리아 당국은 파브스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간첩’ 딱지를 붙여 이란으로 추방했다. 이란에선 간첩 혐의는 사형감이다. 게다가 파브스는 이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참이다. 파브스는 다시 이란에서 2주일 동안 집중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었다.
테헤란의 여성구금센터 당국은 파브스에 대해 시종 존중과 예의를 잃지 않았으며, 필요한 모든 배려를 제공했다고 한다. 거기엔 수면제도 포함돼 있다. 수면제 없이는, 시리아에서 목격한 끔찍한 폭력과 귓가에 맴도는 “왈라히, 라 라!”라는 비명 소리를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반정부 시위 진압에 탱크 포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두달새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많게는 850명의 시민이 학살당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면직 ‘뇌물 교사들’ 다시 교단에 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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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여성구금센터 당국은 파브스에 대해 시종 존중과 예의를 잃지 않았으며, 필요한 모든 배려를 제공했다고 한다. 거기엔 수면제도 포함돼 있다. 수면제 없이는, 시리아에서 목격한 끔찍한 폭력과 귓가에 맴도는 “왈라히, 라 라!”라는 비명 소리를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반정부 시위 진압에 탱크 포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두달새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많게는 850명의 시민이 학살당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면직 ‘뇌물 교사들’ 다시 교단에 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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