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훈련장서 자폭 87명 사망…탈레반 “우리 소행”
파키스탄에서 미군의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대한 대형 보복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빈라덴 죽음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가 자신들의 행위임을 밝힌 첫 사건으로, 앞으로도 보복 공격이 잇따를 우려가 커졌다.
13일 오전 6시10분께(현지시각) 파키스탄 북서부 도시 차르사다의 경찰훈련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87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현지 영어일간지 <더 네이션>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국경경찰대 훈련장에서 신입대원들이 휴가를 떠나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순간 2대의 오토바이가 잇따라 버스로 돌진하면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차르사다 지역 경찰 수장인 니사르 칸 마르와트는 “첫번째 테러범이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대원들 사이에서 폭탄조끼를 터뜨렸으며, 대원들이 동료들을 구조하려는 순간 또다른 오토바이 자폭테러범이 덮쳤다”고 말했다.
‘테흐리크 파키스탄 탈레반’(TTP)은 이날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의 에사눌라 에산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건 오사마의 순교에 대한 첫 복수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강력한 공격을 기다리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군이 자국 영토에서 일방적으로 벌인 빈라덴 사살작전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에 급급하던 참에 보복 테러까지 일어나자 더욱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긴급 국방위원회 회의를 열어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 대한 파키스탄의 협력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기관들이 공동으로 재검토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또 오는 22일로 예정된 칼리드 샤밈 바인 합참의장의 방미 일정을 “지금의 분위기를 고려해” 전격 취소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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