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빈라덴 은신처 모습
지난 2일 새벽(현지시각) 미군이 파키스탄 북부 아보타바드에서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종료한 직후 촬영한 영상이 3일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에 공개됐다. 호젓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3층짜리 가옥은 ‘치열한 테러와의 전쟁’과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공존하고 있었다.
6개의 침실 중 빈라덴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방에는 침대 위에 이부자리와 베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침대와 바닥 카펫에는 핏자국이 낭자하고 여기저기에 옷가지와 생활용품들이 널브러져 있어, 공격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은신처 사람들이 복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품병도 발견됐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3일 이 집이 파키스탄 경찰의 통제로 넘어갔으며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간부인 카마르 하야트는 “군이 이 건물(의 경비 책임과 권한)을 경찰에 넘겼으며, 건물 내부는 말끔히 정리됐다”고 밝혔다. 언론인들은 이 집 주변까지 접근할 수 있었으나 높은 담장과 철조망 너머 빈라덴의 은거지를 직접 취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잔디밭을 바라보는 집 건물 정면 벽쪽은 집중적인 총격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다른 벽면과 주차장 곳곳에도 총탄 자국과 불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했다. 채소를 심은 텃밭에는 군홧발 자국이 어수선했다. 동네 아이들은 그곳에서 추락한 헬기 잔해와 탄피 등 돈이 될 만한 금속과 플라스틱 조각을 주워 담느라 바빴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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