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사이프 알아랍 집 타격, 손녀 등 가족 4명 숨져
카다피 정조준 논란…‘인도주의 명분 퇴색’ 도마에
카다피 정조준 논란…‘인도주의 명분 퇴색’ 도마에
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나토군의 공습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의 아들과 손자들이 숨졌다. 지난 3월19일 서방의 리비아 공습 이래 카다피 일가가 직접 공격을 받아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토군이 카다피 정권의 축출을 넘어 카다피의 목숨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논란이 더욱 커지면서, 나토군의 ‘인도주의적’ 개입 명분도 빛이 바래고 있다.
나토군 전투기들이 지난 30일 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카다피의 막내아들 사이프 아랍(29)의 자택을 공습해 사이프와 카다피의 어린 손자·손녀 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리비아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마침 카다피와 부인도 일부 친인척과 함께 아들의 집에 있었으나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프는 독일 유학 중 귀국했다가 나토군의 직격탄을 맞았다. 카다피는 1986년 4월에도 항공기 폭파 테러로 미국인이 숨졌다는 구실을 내건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정부의 전투기 공습을 받아 15개월 된 수양딸을 잃은 적이 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1일 “지도자는 다치지 않았으며 부인도 무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습으로 사이프의 12살 미만의 조카 3명이 숨졌으나 사생활을 존중해 실명을 밝히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에이피>(AP) 통신은 밤새 인근 병원 2곳엔 17구의 피폭 주검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리비아 당국은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사이프 아랍의 자택을 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하며 “이번 공격은 국가지도자를 암살하려는 노골적인 작전으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브라힘 대변인은 “이곳은 평범한 이웃들, 리비아의 보통 시민들이 사는 지역”이라며 “나토군의 리비아 개입이 민간인 보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나토군이 카다피와 그의 가족을 공습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서방 연합군에 즉각적인 정전을 촉구했다.
하지만 샤를 부샤르 나토군 작전사령관은 “나토군의 모든 공격 목표물은 민간인에 대한 카다피의 조직적 공격과 관련된 군병력과 군사시설이며, 개인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영국을 비롯해 이번 작전에 참여한 국가들은 나토군의 공습 이후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의 각국 대사관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 있다며 비판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의 영국 외교 관저를 파괴하는 등 각국 대사관 시설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다며, 런던 주재 리비아 대사를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런던 주재 리비아 대사는 24시간 내에 영국을 떠나게 됐다. 이탈리아 외무부도 이날 트리폴리의 여러 외국 공관이 폭도들에게 파괴된 것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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