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도 출구전략 악재
“칸다하르에서 맨발로 다니는 사람은 누구든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한 미군 병사는 칸다하르주 사르포자교도소 대탈옥 사건이 일어난 지난 25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이렇게 털어놨다. 당시 땅굴을 통해 탈출한 재소자들이 모두 맨발이었기 때문이다.
희대의 탈옥극으로 미국과 아프간 보안 당국은 초비상이 걸렸다. 탈출한 재소자 599명 중 최소 476명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테러 용의자 등 정치범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맨발 보행자를 검거하는 원시적 방법에서부터 수감자 생체정보를 조회하는 첨단 과학적 방법까지 총동원해 ‘테러 분자’ 회수에 나섰다. 미군 병사는 “(현지 미군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모든 주민들의 사진을 찍은 뒤 수감자 자료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고 있다”며 “일치하면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다하르주 당국은 27일 현재 탈옥한 수감자 중 65명이 다시 붙잡히고 2명은 사살됐다고 전했다.
오는 7월부터 아프간 주둔 병력을 철수시킬 예정인 미국과 나토 연합군은 아프간 출구 전략의 이행을 눈앞에 두고 ‘쇼생크 탈출’이라는 악재를 만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 조직원들의 무더기 탈출은 겨울 혹한기 동안 잠잠했다가 봄이 오면서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탈레반 무장투쟁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선 지난 15일 자살폭탄 테러로 이 지역 경찰 총수가 숨졌고, 다음날에는 동부 라그만주의 아프간군 기지에서 폭탄테러로 나토군과 아프간군 9명이 숨지는 등 자폭 테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사건이 미친 심리적 영향도 심각하다. 칸다하르의 한 주민은 “경찰 본부에 있는 치안총수와 교도소 수용자들도 지키지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느냐”며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외출하지 말라고 일러뒀다”고 말했다. 반면 탈레반은 득의양양한 기세다. 아프간 주둔 연합군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자신들의 활동 공간을 더 넓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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