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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예멘-시리아 대통령, 퇴진-진압 ‘상반된 선택’

등록 2011-04-24 20:36수정 2011-04-24 21:37

예멘 사태 일지
예멘 사태 일지
살레, 30일내 ‘조건부 사임’ 수용
청년시위대 “면책권 협상 안돼”
아사드, 주말 발포로 120명 사망
국회의원 사퇴…국제사회 우려
지난 1월 튀니지 민중이 독재정권을 축출한 재스민 혁명이 24일로 꼭 100일을 맞았다. 이어 2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질 때만 해도 아랍 민중혁명은 순식간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을 휩쓸 기세였으나, 지금 독재정권들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기로에 섰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조건부 퇴진’에 동의한 반면, 시리아는 최악의 유혈 진압과 유화책을 병행하며 정권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멘, 불씨 여전한 거래 예멘 국영텔레비전 방송은 23일(현지시각) 살레 대통령이 ‘30일 내 사임’을 뼈대로 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중재안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32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살레는 바로 전날까지도 “쿠데타 시도를 거부하고 헌법적 합법성을 지키겠다”며 내전을 경고하는 등 완강한 태도를 보였으나, 불과 수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조건부 퇴진안을 수용했다.

중재안은 △대통령이 30일 안에 의회에 사의 표명 △의회는 대통령 및 그 가족들의 기소 면책권 보장 △대통령 사임 때 부통령에게 권한 승계 △대통령이 지명한 야당 지도부의 통합정부 구성, 2개월 내 대선 실시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예멘의 7개 야당이 참여한 야당연합의 모하메드 카탄 대변인은 “야당 지도자들도 모두 ‘중재안이 긍정적’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중재안은 살레 정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살레의 즉각 퇴진과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예멘에선 석달간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최소 130여명이 숨졌다.

당장 야권연합은 ‘일주일 내 통합정부 구성’에 앞서 살레 대통령이 먼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해온 ‘청년운동’의 칼레드 안시 대변인은 “걸프협력회의의 중재안은 정의의 기본 원칙을 침해한다”며 “우리는 살레에게 면책권을 주는 어떤 협상도 거부한다”고 못박았다. 또다른 반정부 활동가 모하메드 샤라피도 <로이터> 통신에 “살레가 한 달 동안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며 “그가 물러날 때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피로 얼룩진 주말 시리아 보안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22~23일 이틀 동안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중부 홈스에서 저격수들의 조준사격과 무차별 발포를 감행해 무려 120여명의 시민이 숨졌다. 시리아전국인권기구의 암마르 쿠라비는 “22일 최소 112명, 23일 최소 11명이 숨졌다”며 “금요일(22일) 발포는 민주화 시위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라고 말했다.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 지난 21일 48년째 시행돼온 비상사태를 해제하는 등 개혁적 제스처를 취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참극이다. <에이피>(AP) 통신은 반정부 시위가 5주 이상 이어지면서 사망자만 3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사드 대통령이 유화책을 조금씩 내놓을수록 ‘공포의 벽이 무너진’ 민중들의 요구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며 아사드가 개혁과 진압의 갈림길에 섰다고 지적했다.

사복 차림의 보안군들은 23일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반정부 활동가들을 체포하러 나섰다. 시위대는 잇따른 유혈 진압과 체포는 아사드 정권의 개혁안이 거짓이라는 걸 보여준다며 반발했다.

정치권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시리아 의회의 나세르 하리리, 칼릴 리파에이 등 2명의 무소속 의원은 23일 아사드 정권의 독재와 폭압에 대한 항의와 유혈 진압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미국·프랑스·독일 등 국제 사회도 아사드 정권의 폭력 진압에 일제히 우려를 표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정치개혁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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