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고군사위 “시위대에 실탄 발사 제지 안해”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2월 이집트 민주화 혁명 당시 시위대에 발포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이집트 과도정부 역할을 맡은 최고군사위원회의 오마르 마르완 검찰총장은 19일 유혈진압 진상보고서를 공개한 뒤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사실은 시위대에 실탄을 쏘기 위해선 무바라크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는 점”이라며 무바라크 책임론을 밝혔다.
마르완 검찰총장은 “무바라크가 (시위가 이어지던) 수일 동안 실탄 발사 책임자들을 제지하지 않았으며, 이는 그가 발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고 말했다. 이집트 혁명 이후 공식적으로 무바라크의 발포 책임이 언급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무바라크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은 발포 명령을 내린 적이 없으며 시민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보호하라는 명령만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15일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발포 명령) 혐의가 입증되면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보고서가 밝힌 이집트 시위 유혈진압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민간인 사망자는 애초 알려진 것의 두 배가 훨씬 넘는 846명에 이르며 경찰도 2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민간인 사망자 대다수가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었는데, 이는 혁명 이후 해체된 국가보안국의 대테러리즘 소속 저격수들의 조준사격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내무부 소속 경찰들은 고의로 시위대 쪽으로 자동차를 돌진시켰으며, 사복 경찰들이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대에 대한 군중 폭력을 교사하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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