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노점상’ 단속 경찰관 고소 취하…재스민 혁명 화해의 불씨로
“어려웠지만 깊이 생각한 결정이었습니다. 증오심을 피하고 주민들의 화합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지요.”
다 키운 아들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어머니는 미어지는 가슴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17일, 튀니지의 소도시 시디부지드에서 아들의 뺨을 때리고 모욕한 혐의로 여성 경찰관 파디아 함디를 고소했던 마누비야 부아지지가 19일 첫 심리가 열린 재판에서 고소를 취하했다. 이에 따라 구속돼 있던 함디도 즉각 석방됐으며 재판은 종결됐다고 튀니지 관영 뉴스통신 <테아페>(TAP)가 보도했다.
당시 과일 노점상으로 생계를 꾸리던 26살 아들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단속 경찰관 함디에게 과일을 빼앗기자 항의했다가 되레 뺨을 얻어맞은 뒤 극심한 절망과 수치심에 시청 청사 앞에서 분신했고, 결국 지난 1월5일 숨을 거뒀다. 부아지지의 형 살렘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상의 돈 전부도 자유와 존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모하메드의 목숨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그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 쪽은 혐의를 부인해 씁쓸한 대조를 보였다. 함디는 “나는 그를 때린 적이 없다”고 했고, 함디의 오빠는 “재판부가 이 사건을 기각하기로 한 결정은 새로워진 튀니지에서 이제 사법부가 독립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함디의 변호인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재판은 순전히 정치적인 것”이라고 강변했다.
부아지지의 가족과 다수의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단속 경찰들은 상인들의 물건을 상습적으로 빼앗고 모욕했다. 부아지지가 분신한 날에는 그의 삼촌이 경찰서장을 찾아가 조카의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함디가 그 사실을 알고 보복으로 부아지지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부아지지의 분신은 우발적 충동이 아니라 튀니지 권력층의 뿌리깊은 부패와 횡포, 멸시와 차별에 대한 항의였던 셈이다. 부아지지가 제 몸을 사른 불씨는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정권의 24년 독재를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으로 이어졌고, 단숨에 아랍 전역의 민주화 운동으로 번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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