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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EU, 리비아에 지상군 파견 추진

등록 2011-04-19 19:53수정 2011-04-20 09:33

지원물자 호위군 등 ‘인도주의적 지원’ 명분
리비아 “인도주의 아니라 군사움직임” 반발
유럽연합(EU)이 리비아에 인도주의적 지원물자의 호위군 명목으로 지상군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나토가 리비아 군사 개입의 수준을 결국 지상 전투로까지 확대하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리비아는 한 명의 호위군이라도 국경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8일 “유엔의 요청이 있을 경우, (리비아 정부군의 폭격으로 수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는) 미스라타에 인도주의적 보급품 지원을 보호하기 위해 1000명 이내의 무장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애슈턴 대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유럽연합은 유엔의 승인을 얻을 경우 리비아에 지상군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유럽연합은 지상군 파병계획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작전본부까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리비아 영토에 모든 형태의 외국 점령군의 주둔을 배제한다”는 유엔 결의 1973호의 규정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될 뿐 아니라, 자칫 나토 연합군이 ‘리비아 수렁’에 더욱 깊숙이 빠져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잖다. 프랑스 알랭 쥐페 외무장관은 19일 기자들에게 프랑스 지상군을 리비아에 파견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리비아 반군 지도자 무스타파 압둘잘릴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카다피를 끌어내릴 수 없다”며 지상군 파견을 촉구했다.

유엔 당국은 아직 신중한 태도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밸러리 에이머스 국장은 18일 유럽연합 지도자들에게 ‘지상군 파견 요청은 내키지 않으며, 군사적 도움을 구하기에 앞서 다른 모든 민간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그는 “카다피 정부가 미스라타에 대한 외국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접근을 보장하기로 약속했으나, (미스라타 지역의 반군에 대한) 정부군의 공격 중단을 보장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제3의 도시 미스라타는 정부군의 포위와 포격이 수주째 계속되면서 사상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에밀리아 카젤라 대변인은 19일 “리비아 서부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기로 리비아 적신월사(이슬람 적십자사)와 합의했으며, 주민 5만명이 한달치 먹을 식량을 실은 트럭들이 18일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트럭들이 호위군과 함께 움직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리비아의 외교부 차관 칼리드 카임은 19일 “단 한명의 무장병력이라도 리비아 국경을 넘으면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며 “호위군이 배치된다면 이를 인도주의가 아니라 군사적인 움직임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은 지리멸렬한 상태인 리비아 반군에 ‘조언’을 하기 위해 경험 많은 군인 20여명을 리비아로 파견하기로 19일 결정했다.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이들은 반군에게 군대의 체계적인 개편, 통신, 병참 등에 대한 조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들 군인이 반군에 직접 무기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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