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외무장관 첫 회의…군사공격 수위·목표 대립
재정지원 합의…동결된 리비아 자산으로 기금 조성
재정지원 합의…동결된 리비아 자산으로 기금 조성
리비아 내전 개입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견이 ‘공식적으로’ 표출됐다.
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처음으로 열린 리비아 연락그룹 외무장관 회의에서 나토를 비롯한 20여개 참가국들은 군사개입의 수위와 목적을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만 재확인한 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참가국들은 리비아 반군에 대한 정치적, 재정적 지원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리비아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은 카다피 정부군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동맹국 중에는 유럽과 아랍의 많은 나라들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공군력을 ‘방공’에서 ‘지상공격’으로 전환할 여지가 있다”며 다른 나라들의 공습 동참을 요구했다. 이탈리아도 리비아 반군의 무장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스테번 파나케러 벨기에 외무장관은 “유엔 결의안은 민간인에 대한 무장을 배제하고 있으며 카다피군에 대한 공습을 강화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회의에 앞서 “리비아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동맹국들의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로이터> 통신은 나토의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는 명백히 커다란 간극이 있다고 평가했다.
참가국들은 리비아 반군에 대한 재정지원의 틀을 마련하자는 데에는 합의했다. 이탈리아 외무부의 한 관리는 유엔 결의에 따라 동결된 리비아 자산으로 반군 지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 참가한 리비아 반군 쪽의 한 대표는 민간인 지원금으로 15억달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2일 유럽연합 외무장관 희외에서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나토가 제구실을 충분히 수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리비아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 명백히 더 있다”고 주장했다.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우리는 나토의 틀 안에서 우리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카다피 축출’을 위한 공세 강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나토의 리비아 작전사령관인 샤를 부샤르 중장(캐나다)은 즉각 성명을 내어 “나토는 주어진 위임의 범위 안에서 군사작전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카다피 축출은 나토의 임무가 아니며 당장 군사공격의 강도를 높일 뜻도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나토의 24개 회원국 중 리비아 군사개입에 참여한 나라는 절반인 14개국뿐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나라는 극소수의 항공기 또는 함선만 제공한 형태다. 지난 3일부터는 미국도 공습에서 빠져 실질적인 군사공격은 영국과 프랑스가 도맡고 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접촉그룹 회의가 리비아의 정권 교체를 강행하려는 시도라며 “서방이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접촉그룹 회의가 리비아의 정권 교체를 강행하려는 시도라며 “서방이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