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위원회 의장·전총리등 핵심 고위층 단절 선언
카다피 아들, 서방과 비밀협상 모색하며 출구 찾아
카다피 아들, 서방과 비밀협상 모색하며 출구 찾아
서방은 군사·외교적으로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그래도 압도적인 지상군 화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최측근들의 이반이 잇따르며 내부 균열의 조짐마저 뚜렷하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가 최후의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듯하다.
30일 무사 쿠사 외무장관이 영국에서 망명 의사를 밝힌 데 이어, 31일에는 무함마드 즈와이 인민위원회 의장과 아부자이드 두르다 전 총리도 카다피를 등졌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의장을 역임한 알리 압둣살람 트레키 전 외무장관도 이날 야권의 여러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새로 임명된) 유엔 주재 대사직뿐 아니라 다른 어떤 공직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카다피 정권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는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사의 장관직 사임은 카다피 정권이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카다피는 “다음에는 누가 그를 버릴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국 정부가 카다피 주변의 다른 측근들에게도 카다피를 포기하고 리비아의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라고 권장해 왔다”고 밝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과 정권 와해 공작을 병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일 “영국 정부가 10여명의 카다피 측근과 망명 협상을 논의하고 있다”며 “카다피 정권이 곤혹스러운 도망 행렬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도미노 효과’를 중단시킬 능력은 한계에 부닥친 것 같다”고 평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압둘아티 오베이디 전 총리와 슈크리 가넴 석유장관도 카다피 정권을 등질 것이란 소문도 나돈다.
카다피 쪽이 서방과의 협상을 위해 영국에 비밀특사를 파견한 사실도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의 보좌관인 무함마드 이스마일이 최근 런던을 방문했다”며 “이는 카다피 쪽이 협상에 목말라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징조”라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스마일과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카다피가 물러나야 하며 국제법정에서 책임 추궁을 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반군 쪽도 조건부이기는 하나 처음으로 휴전 의사를 내비치며, 협상의 여지를 열고 있다. 반군 쪽의 과도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압둘 자릴은 벵가지에서 압델릴라 알카티브 유엔특사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카다피가 리비아 도시에서 군사력을 철수하고 자유로운 시위를 보장한다면 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의 지상군 병력이 아직 막강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다피는 31일 “물러나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서방 지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멀린 미군 합참의장도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카다피의 군사력이 한계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카다피의 군사력이 20∼25% 정도 소모됐지만, 여전히 카다피 정부군이 반군을 10대1 수준으로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반군은 군사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병력규모도 10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면서도 “미군 병력이 리비아 땅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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