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군 진격 상황
다국적군 공습 힘입어 한때 진입했다 후퇴
나토, 지휘권 전담…터키 등 휴전중재 채비
* 시르트 : 카다피 고향
나토, 지휘권 전담…터키 등 휴전중재 채비
* 시르트 : 카다피 고향
다국적군이 리비아 군사작전의 총괄 지휘권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위임하고 카다피 정부군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더욱 바짝 조이고 있다. 리비아 반군은 27일 한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의 고향인 중부 시르트 인근까지 진격하는 등 서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27일 “나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아래 리비아에서 전개되는 모든 군사작전의 지휘권을 떠맡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군 아프리카사령부가 행사해왔던 리비아 군사작전 지휘권은 캐나다의 샤를 부샤르 공군 중장이 맡게 됐다.
리비아 반군은 다국적군의 공습과 근접 공중지원에 힘입어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군 대변인 샴시딘 압둘몰라는 28일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에 “전날 밤 11시30분께 반군이 시르트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는 “반군들이 도시에 진입하는 데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군은 28일에는 카다피 정부군의 강력한 반격에 밀려 시르트 동부 140㎞ 지점까지 후퇴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다국적군은 27일 저녁 군사개입 이후 처음으로 시르트를 폭격했다. 리비아 국영텔레비전도 이날 “시르트와 트리폴리가 식민주의 침략자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반군이 한때나마 시르트까지 진입했다면 불과 이틀 만에 서쪽으로 420㎞가 넘게 진격한 것이다. 시르트는 반군의 거점인 동부 벵가지와 카다피의 근거지인 수도 트리폴리의 딱 중간 지점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렇게 카다피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아직 전황을 섣불리 판단할 순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내전이 격화돼 민간인 희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휴전을 위한 각국의 물밑 접촉과 중재 움직임은 본격화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27일 리비아 사태의 조속한 휴전을 위해 중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재 카다피 쪽과 반정부 국가평의회 사이에 협상이 진행중”이라며 “리비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터키가 나토와의 합의를 거쳐 리비아 반군 점령지인 벵가지의 항구와 공항을 관리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나토의 군사 개입이 장기화하면 리비아가 ‘제2의 이라크’나 ‘또 하나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유혈사태를 끝내려면 카다피가 지상에서 나토군에게 (휴전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전 외교적 해결책을 제안했던 이탈리아는 터키와 손잡고 아프리카연합 또는 아랍연맹 쪽에 카다피의 망명처 제공을 협상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적어도 현재로선 휴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리비아 사태에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의 3개 방송에 잇따라 공동 출연해, 리비아 군사개입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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