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대통령 ‘개혁약속’ 하루만에 “17명 사망” 증언
요르단에선 국왕 지지자들이 개혁요구 시위대 공격
요르단에선 국왕 지지자들이 개혁요구 시위대 공격
이슬람권 휴일인 25일 시리아·요르단·예멘 등 아랍의 독재국가들에서 정권 퇴진과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그러나 평화적 집회는 정부군의 발포와 친정부 시위대의 폭력에 다시 피로 얼룩졌다.
이날 부자 세습으로 11년째 집권하고 있는 바샤르 아사드(46)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저항의 본거지인 남부 다르아를 비롯한 도시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수만명이 운집한 다르아 집회에 참가하려던 이들에게 정부군이 또다시 발포해 17명이 숨졌다는 목격자 말을 전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사나멘이라는 마을에서 다르아로 가던 주민들이 총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다르아 중심가에서도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정부군은 시위대가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상에 불을 지르려고 하자 방아쇠를 당겼다. 다마스쿠스 등 다른 도시에서도 수백~수천명이 거리에 나와 “우리의 영혼과 피를 다르아를 위해 희생하겠다”고 외치면서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아사드 정권은 이날 진압 전에 비상사태 해제 검토와 정치범 석방, 임금 인상 등의 유화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야권은 2005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자신들이 “존엄의 날”로 정한 이날 시위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틀 전에는 다르아에서 정부군의 발포로 적어도 37명이 숨져 이튿날 2만명이 참여한 장례식 겸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리아 정부는 하지만 25일 유화책을 발표하면서 “아사드 대통령은 경찰과 군이 숨지더라도 실탄을 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했다”며 대통령의 발포 책임을 부인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다르아를 취재하러 온 외국 언론 기자들을 차단하고 시 외곽으로 내쫓았다.
아랍세계의 주변국들에 견줘 잠잠한 편이던 요르단에서도 이날 반정부 시위에 폭력이 가해졌다. <아에프페> 통신은 수도 암만에서 개혁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던 대학생 2000여명에게 압둘라 2세 국왕을 지지하는 시위대 200여명이 돌을 마구 던져 10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전날 밤에도 국왕 지지자들이 청년 시위대를 돌로 공격해 30여명이 부상당했다.
25일 예멘 수도 나사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69)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의 규모가 모두 수십만명 규모까지 불어나고 양쪽이 충돌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남부 도시 아덴에서도 수만명이 거리에 나와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살레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는 권력을 원하지 않지만 신뢰가 가는 사람들한테 그것을 넘겨야 한다”며 야권에 쉽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축출하려는 세력은 “마약상들”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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