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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리아 ‘피빛 진압’

등록 2011-03-23 22:20수정 2011-03-24 08:56

전기·전화 끊고 암흑속 실탄·최루탄 발사
“모스크에 모였던 시민들 6명 이상 사망”
1963년 이래 비상통치가 계속돼온 시리아에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희생자가 속출하면서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

23일 시위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남서부 다르아에서는 보안군이 시위대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 중심가의 오마리 모스크에 진입해 총을 쏘며 무력진압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6명의 시위대가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안군은 이날 0시를 막 넘긴 시각 인근의 전기와 전화를 차단한 채 암흑 속에서 모스크에 진입해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모스크 안에서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고 주변 목격자들은 전했다. 전날 밤 시위 도중 다친 부상자들을 치료하러 왔던 다르아의 명문가문 출신의 저명한 의사 한 명이 구급차 안에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이로써 인구 2천만명의 시리아에서 민주화와 부패 청산을 요구하는 최근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는 적어도 10명을 넘어서게 됐다.

요르단과 인접한 인구 7만5천명의 소도시 다르아에서는 지난 18일 민주화 개혁과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의 사촌인 파이살 칼툼 다르아주 주지사 사임 등을 요구한 평화적 시위의 유혈진압으로 3명이 사망한 이후, 오마리 사원을 중심으로 점거농성을 벌이며 보안군과 대치해 왔다.

시리아는 바샤르 아사드(46)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아사드가 1963년 바트당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야당을 금지시킨 일당독재와 보안기관을 앞세운 철권통치의 비상통치를 계속해 왔다. 2000년 하페즈가 급서하자 뒤를 이어 집권한 바샤르는 개인 기업 등 경제적 자유는 일부 허용했으나, 비상사태법의 철폐, 정치범 석방, 80년대 이후 실종된 반정부인사들의 생사 확인 등 민주화 요구는 무시해 왔다. 특히 지난 10여년간의 경제자유화를 통해 아사드의 사촌인 라미 마클루프가 주요 기업들을 거느린 독점재벌로 성장했다. 마클루프는 시위대 사이에선 “도둑놈”으로 지칭되며 분노를 표출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시리아에선 튀니지, 이집트에서 민주화시위의 영향을 받아 페이스북 등을 통해 1월 말부터 시도된 민주화시위가 보안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무산됐으나, 지난 18일 다르아에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수도 다마스쿠스 등 시리아 주요 도시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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