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2013년’ 협상중…한편으론 내전발발 경고
‘군부가 민주화 시위 성과 가로챌까’ 국민들 불안감
‘군부가 민주화 시위 성과 가로챌까’ 국민들 불안감
아라비아반도 최빈국 예멘을 32년간 철권통치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65) 대통령이 명예퇴진과 정권 유지 사이에서 거취를 저울질하고 있다.
살레는 두달째 계속된 퇴진 요구 시위에 맞서 2013년 임기를 마치고 퇴진하겠다며 버텨왔지만, 21일 최측근 군 수뇌부와 관료, 외교관, 출신 부족 지도자들이 줄줄이 반정부 세력 쪽으로 돌아서자 올해 말까지 물러나는 것을 전제로 명예퇴진을 위한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시엔엔>(CNN)이 예멘 소식통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전날 살레의 이복동생이자 예멘군 정예부대 제1기갑사단장인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이 시위대에 가세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예멘 관리는 살레 대통령이 반군과의 협상에서, 올해 안에 대통령직 퇴진, 평화적 시위 보장, 유혈진압 진상조사위 구성, 시위 사망자 및 부상자에 대한 보상, 살레 가족의 요직 퇴진 등 5가지 방안에 합의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 야당 의원은 군사위원회가 권력을 이양받는 문제 등도 협상에 포함됐으며 살레 쪽에 48시간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살레는 한편으론 내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22일 “쿠데타로 집권하려는 세력은 (그럴 경우) 의문의 여지 없이 조국이 불안정해지고 피로 얼룩진 내전이 일어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의 언론담당 보좌관인 아흐메드 알수피는 21일 <신화통신>에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의회에 권력을 이양하고 2013년(임기 종료)에 물러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협상에서 권력 이양에는 합의했지만 그 시기가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살레의 또다른 측근도 이날 <비비시>(BBC) 방송에 “대통령은 시위에 굴복하지 않고 있으며,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사나에는 반정부로 돌아선 군부와 살레 정부의 공화국수비대가 각기 무장차량을 배치한 채 대치하고 있으며, 21일엔 양쪽의 충돌로 2명이 숨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살레가 명예롭게 퇴진하고 이집트처럼 군부가 민주화과정을 관할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멘의 많은 국민들은 이미 100여명이 희생을 치른 민주화 시위를 통해 얻어낸 성과를 반정부세력에 뒤늦게 가담한 일부 군 엘리트들이 가로채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살레에게 반기를 든 모흐센은 1994년 남북예멘전쟁에서 악명을 날린 최측근 장성이었지만, 후계경쟁에서 공화국수비대를 이끌고 있는 살레의 아들인 아흐메드 알리에게 밀렸던 인물이다. 이런 점에서 모흐센은 살레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지만, 예멘 국민들의 살레 가문에 대한 거부감을 고려하면 킹메이커 구실을 할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망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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