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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리비아 내전’ 결국 국제전으로 비화

등록 2011-03-20 19:35수정 2013-01-23 17:39

트리폴리·미수라타·벵가지 정부군시설 공격
카다피 “결사항전”…‘제3 이슬람전’ 가능성도

‘반정부 시위에서 내전 양상으로. 다시 국제전으로.’

지난달 15일 벵가지 시위로 시작된 리비아 사태가 19일 저녁(리비아 현지시각) 프랑스와 미국, 영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미사일 공격과 공습으로 국제사회의 전쟁으로 비화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 이어 21세기 서구의 이슬람세계에 대한 세번째 군사개입이다. 전황에 따라선 또다시 서구가 장기전의 수렁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 공군기의 폭격으로 시작된 다국적군의 공습은 트리폴리, 미수라타, 벵가지 등 3개 권역에 있는 카다피군의 방공망과 지휘통제시설을 집중공격했다. 지난 17일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을 다국적군이 ‘전례없이’ 신속히 집행한 것이다. 반정부군의 ‘수도’ 격인 벵가지의 함락 임박 상황과 이에 따른 대량 학살 우려가 이번 공습 결정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

서구로선 리비아 반군 쪽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해왔고 아랍연맹의 지지도 얻은데다 안보리의 결의가 있었기 때문에 명분이 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둘러싸고 수주 동안 국제사회가 논란을 벌이다가 카다피군이 승기를 잡으며 대응이 늦어지는 데 대한 비판까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국민들에게 결코 자비가 없다고 협박하는 독재자를 방관할 수는 없었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개입은 비인도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다. 실제 트리폴리에선 수천명이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카다피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카디피는 다국적군의 군사행동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하며 “무한한 인내와 깊은 신념을 갖고” 서방과의 장기적인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이다.

군사적 전망도 녹록지 않다. 1990년대 이라크에서 북부 쿠르드족, 남부 시아파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됐던 비행금지구역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퇴출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방의 궁극적 목표는 41년 독재자 카다피의 축출이지만, 전투기와 해상 공격을 동원한 공격만으론 카다피의 지상군 병력을 꺾기 쉽지 않다. 실제 전문가들은 카다피군이 제공권을 설령 상실한다 해도 반군 지역으로 진격해 들어가 오히려 ‘전면적인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전략정보분석 업체 스트랫포의 마르코 패픽은 “시가전이 벌어지면 다국적군이 4500m 상공에서 공군력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지상군 투입은 없다”며 작전은 유럽 동맹국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미국이 빠진 상황에서 유럽이 지상군 파병을 자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행금지구역 지지 의사를 밝힌 아랍국가들도 지상군 참여는 역부족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사태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트리폴리 중심의 카다피 체제와 동부의 벵가지 등 자유 리비아로 분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레인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군사개입에 이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은 올 들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불어닥친 민주화 흐름에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지중해 주변이 사실상 전쟁터가 돼 서구사회, 특히 유럽 각국의 논란과 정치지형 변화까지 불러올 전망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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