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압도적 무력 앞세워 벵가지서 ‘최후의 결전’
바레인·예멘 연일 유혈사태…안보리 제재안 ‘잰걸음’
바레인·예멘 연일 유혈사태…안보리 제재안 ‘잰걸음’
‘아랍의 봄’이 오다 마는가. 거침없이 퍼지던 재스민 향기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보였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반정부군의 마지막 거점인 벵가지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다, 바레인에서는 사우디 등 인근국까지 개입해 민주화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아랍의 봄바람을 얼린 리비아발 한파가 한순간의 꽃샘추위에 그칠지, 또다른 겨울의 예고편인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리비아 반정부군은 한때 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수도 트리폴리 인근까지 진격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카다피 친위군이 반군과 과도정부의 거점인 벵가지를 위협하고 있다. 카다피는 16일 국영방송에 나와 “내일(17일)은 ‘결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벵가지 시민들에게 “오늘밤 자정(현지시각)까지 반군과 무기 창고가 있는 지역에서 벗어나라”며 반군에 대한 최후통첩을 보냈다.
카다피의 둘째아들인 사이프 알이슬람도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더라도 벵가지를 되찾게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이 48시간 안에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그는 “사르코지(프랑스 대통령)는 리비아에서 가져간 (2007년 당시) 대선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리비아 압박’에 앞장선 프랑스에 역공을 취했다. 유럽연합(EU)의 민간 정책자문기구인 ‘유럽의 친구들’의 사다 이슬람은 16일 <블룸버그 뉴스>에 “카다피는 ‘서구의 해법은 무력하다’는 메시지를 받고 대담해졌다”고 지적했다.
■ 바레인 아랍 민주화 물결 석달 만에 처음으로 ‘시위진압 지원’을 위해 외국군이 개입했을 만큼 시곗바늘이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13일 사우디아리비아 등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6개국 군대가 진입한 데 힘입어, 수니파 정부는 3개월 시한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하루 만인 16일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 탱크와 헬리콥터를 앞세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해산했다. 일부에선 실탄 발포 주장도 나왔다. 이날 충돌로 양쪽에서 6명이 숨졌고, 상당수 야권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도 잇따랐다.
바레인 주민의 다수인 시아파 야당들은 물론 인근 시아파 국가들까지 이날 진압을 비난하고 나섰다. 바레인 시위 사태는 이슬람권의 뿌리 깊은 갈등인 시아-수니 간 종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이란과 바레인은 15~16일 잇따라 서로 상대국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바레인에 해군 5함대 기지를 둔 미국은 사우디군의 개입을 비난하거나 병력 철수를 요구하지 않은 채 ‘우려’만 표명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과 바레인의 하마드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폭력적 시위진압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 예멘 두달째 지속중인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정부의 강경진압에 비틀거리고 있다. 16일 수도 사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군경 및 친정부세력과 충돌해 최소 120명이 다쳤다. 부상자를 치료한 한 의사는 <로이터> 통신에 “그들이 최루탄과 고무총탄뿐 아니라 실탄과 단검으로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정부군이 시위대에 신경마비 가스를 살포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예멘은 최근 살레 대통령이 권력분립을 명문화한 헌법개정안 등 일련의 개혁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위대 달래기와 반정부세력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
■ 국제사회 대응 아랍 정권들의 무차별 시위진압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16일 “도시지역에 대한 카다피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이 무고한 시민들을 위협한다”며 임시 휴전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위한 논의를 재개했다. 그동안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려왔던 미국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7일까지 안보리 표결이 채택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비행금지구역을 넘어선 조처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결의안 초안 중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같은 모호하고 위험한 표현들에 대한 문구를 조율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국제사회 대응 아랍 정권들의 무차별 시위진압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16일 “도시지역에 대한 카다피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이 무고한 시민들을 위협한다”며 임시 휴전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위한 논의를 재개했다. 그동안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려왔던 미국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7일까지 안보리 표결이 채택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비행금지구역을 넘어선 조처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결의안 초안 중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같은 모호하고 위험한 표현들에 대한 문구를 조율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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