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불법구금 생존자 증언
밤마다 구타…모의 교수형도
BBC기자 3명도 가혹행위 당해
밤마다 구타…모의 교수형도
BBC기자 3명도 가혹행위 당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에 대한 불법감금과 가혹행위는 물론이고 외국 기자들에게도 무차별 폭행을 휘둘렀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재소자 학살사건으로 악명높은 아부 살렘 교도소에 7년이나 불법구금됐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사람의 증언이 관심을 끈다. 아부 살렘 교도소 학살은 1996년 6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재소자들에게 무차별 발포해 1200여명이 숨진 사건이다.
벵가지에서 가구용 원자재 무역업을 하는 파들랄라 하룬(45)은 9일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끔찍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1995년 4월 경찰의 출두 요구를 받고 경찰서에 갔다가 보안경찰에게 넘겨진 뒤 벵가지 교외의 카티바 교도소에 수감됐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다른 나라의 삶보다 열악한 리비아의 정치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는 말을 한 게 화근이었다.보안경찰은 그를 “국가와 정권의 골칫거리”라고 비난했다.
얼마 뒤 트리폴리의 아부 살렘 교도소로 이감되면서 하룬의 고난은 본격화했다. 첫 45일 동안 하룬에게는 매일 저녁 9시에 ‘식사’가 제공됐다. ‘식사’는 구타를 가리키는 은어였다. 폭행은 일상적이었으며, 극도의 심리적 압박도 병행됐다.
“한번은 눈을 가린 채 ‘법정’이란 곳에 끌려가 교수형 선고를 받았어요. 올가미를 목에 걸고 발판을 걷어차서 몸이 허공에 떨어지려는 순간 누군가가 제 몸을 붙잡았습니다.” 이른바 ‘모의처형’이었다. “심리적으로 끔찍했어요. 며칠간 넋을 잃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아부 살림 교도소에는 자기처럼 개인적 의견을 말했다가 끌려온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고 했다. 그 대다수가 정식 기소나 재판을 받지 않은 채 끌려온 탓에 출소일도 기약이 없었다. 가족이 그의 행방을 알기까지 6년이 걸렸다.
하룬의 가족들의 생활도 파괴됐다. 남동생은 대학에서 제적됐고, 가족은 취업이 막혔으며, 자동차는 압류됐다. 보안요원들은 정기적으로 그의 집을 덮쳤으며 동생들도 한때 끌려갔다가 풀려났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도 자사 기자 3명이 지난 7일 트리폴리 서쪽으로 50㎞ 떨어진 자위야의 상황을 취재하려다 카다피 친위군에 21시간이나 억류돼 온갖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9일 보도했다. 친위군은 이들의 눈을 가리고 수갑을 채운 채 무차별 구타하고 ‘모의처형’까지 한 끝에 추방했다. 한 기자는 “그들이 내게 오더니 목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두 번 당겼으며, 총알 2발이 귀를 스쳐가자 군인들이 웃었다”고 말했다. <비비시> 보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들 기자들은 억류돼 있는 동안 리비아 시민들에 대한 친위군의 고문 정황도 고발했다. 이들은 “구금자 대다수에게 두건이 씌워지고 수갑이 채워졌으며, 얼굴과 몸에 고문 흔적이 보였다. 한 사람은 갈비뼈가 2개나 부러진 채 고통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비비시>는 리비아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언론인들의 안전한 취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한편, 리비아의 상황에 대한 취재·보도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