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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리비아 내전 장기화…야권 지도력 ‘시험대’

등록 2011-03-09 20:22

31명으로 구성된 국가평의회, 출범부터 삐걱
달리는 군사력·복잡한 이해관계 등 극복 과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반격으로 리비아 내전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반정부 세력의 카디피 축출 투쟁과 향후 정부 구성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로선 ‘리비아 국가평의회’가 대내외적으로 유일한 과도정부를 자임하고 있다. 국가평의회는 지난 5일 동부 벵가지에서 수도 트리폴리 진격 계획을 밝히고 리비아 전체의 단일한 리더십을 선언하면서 야심차게 출범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평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들의 성향과 배경이 워낙 다양한데다, 카다피 집권 42년 동안 정치적 대안세력이 성장할 만한 토양 자체가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국가평의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달 26일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법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구성됐으며 3개월 이내에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과도정부 대변인을 자임한 압둘 하피드 고가 변호사는 “어떠한 형태의 과도정부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잘릴 전 장관의 발표를 뒤집었다. 31명으로 구성된 국가평의회가 공식 출범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보안상의 이유’로 잘릴 의장, 고가 부의장 등 9명의 명단만 공개됐다.

리비아 국가평의회는 반정부 무장투쟁을 지속하기에도 취약한 상태다. 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8일 “우리는 과도정부 수립보다 주민들에 대한 치안과 생필품 보급을 걱정한다”고 털어놨다. 고가 부의장도 최근 “군사지원이든 다른 무엇이든,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정부군이 리비아 동부 지역을 장악한 것도 전투에서 이겨서가 아니라 정부군과 보안군이 카다피에게서 이탈해 반정부 세력에 합류한 데 크게 힘입었다. <뉴욕타임스>는 8일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엉뚱하게 내전으로 발전하면서, 반정부군은 무기와 인력이 바닥날 우려에 봉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평의회가 외국군대의 직접 개입에는 반대하면서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근거해 카다피 정부군에 대한 폭격을 요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민간 전략분석기업 스트랫포는 8일 국제사회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군사 지원을 하더라도 야권세력에게는 여전히 주요한 문제 두 가지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우선, 부족과 이해세력이 다양하게 갈려있는 반면 체계적 정치구조가 결여된 리비아의 사회 역사적 특수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또 하나는 카다피를 자력으로 축출할 군사적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정부군으로선 카다피의 보루인 수도 트리폴리와 서부에서도 정부군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것이 목표 달성의 지름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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