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개혁 요구에 반발
“미국·이스라엘, 시위 조종”
“미국·이스라엘, 시위 조종”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69) 대통령이 최근 아랍권의 거센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뜬금없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화살을 돌렸다.
21년째 집권하고 있는 살레 대통령은 1일 사나대학 강연에서 “튀니지에서 오만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는 미국이 감독하고 이스라엘이 연출한 것”이라며 “예멘의 거리 시위도 이를 흉내낸 것으로, 시위대가 외부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대체 오바마가 이집트나 오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당신은 (아랍권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다”고 작심한 듯 쏘아붙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살레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예멘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을 비난하고 개혁 조처를 촉구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예멘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조해온 동맹국이자 아랍권에서 몇 안되는 친미 국가였다. 최근 몇년새 부쩍 무장투쟁을 강화하고 있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가 있는 화약고이기도 하다. 미국은 알카에다 관련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무인항공기를 예멘 영토에서도 운용하고 있으며, 예멘 정부는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수천만달러 규모의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받아왔다.
미국은 즉각 살레의 비난을 맞받아쳤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예멘 국민들이 요구하는 적절한 반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1일 “예멘의 반정부 시위가 알카에다 계열의 이슬람교 지도자들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한때 오사마 빈 라덴의 멘토였던 압둘 마지드 알진다니가 이날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시위에서 “(에멘에) 이슬람국가가 가까워오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알진다니는 2004년 미국의 ‘특별 지정 국제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랐으며,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혐의를 받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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