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국제사회 리비아 제재
미·유럽연합·나토 등
보복 우려 군사작전 꺼려
보복 우려 군사작전 꺼려
국제사회 카다피 압박 강화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25일(현지시각) 카다피 및 자식들에 대한 금융제재 조처에 이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선 26일 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유럽연합도 무기 금수, 카다피 일가의 여행 제한 등의 제재안을 이번주 중 발효시킬 예정이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트리폴리 주재 대사관을 잠정폐쇄했다.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잇따른 제재가 항쟁에 나서고 있는 리비아 국민들에게 원군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주재 리비아 부대사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파시스트 정권에 저항하는 리비아 국민들에게 도덕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은 지난 15일 이후 리비아에서 발생한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10시간의 진통 속에 카다피 본인의 회부가 빠지고 애초 22명이던 여행금지 대상이 16명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안보리 결의안 결정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트리폴리에서 결사항전의 태세로 임하고 있는 카다피의 축출 등 리비아 사태의 이른 시일 내 해결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형사재판소 조사 착수 결정은 카다피의 기를 꺾기보다는 결사항전 의지를 더욱 높여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두달 안에 국제형사재판소의 검찰이 안보리에 리비아 결의안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했으나, 리비아 현지의 혼란스런 상황에선 조사 착수가 쉽지 않은 상태다.
안보리 결의안을 포함한 제재들은 카다피와 권력 핵심에 포진된 아들들에게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추가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카다피 쪽의 공군력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인도적 지원을 위해 주요 항구와 공항에 대해 안전지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해왔다. 그러나 이런 군사적 조처는 자칫 주권개입 논란을 부를 여지가 있고, 실제 시행할 공군력 등을 보유한 미국과 유럽연합, 나토 등이 자국민 소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카다피 쪽의 보복을 두려워해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직접제재에 반대해왔던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유엔 대사는 이날 안보리 제재결의안 뒤 “리비아 상황의 조율은 이를 정치적 국면으로 전환시킬 때만 가능하다”며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을 허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영국군이 26일 공군과 특수부대를 사하라사막에 투입해 자국민 150여명의 소개를 위한 작전을 벌인 것처럼 개별 국가 차원에서 자국민 구출을 위한 소규모 군사작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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