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6일(현지시각) 리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및 무아마르 카다피와 그 측근들에 대한 여행 금지, 자산동결 등을 담은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있다. 안보리는 카다피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여부 등을 둘러싸고 10시간여 진통을 겪은 끝에 ‘진상 조사’ 착수로 수위를 낮춰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뉴욕/신화
국외자산 동결·국제형사재판소 조사 결의
반정부세력, 벵가지서 과도정부 구성 착수
반정부세력, 벵가지서 과도정부 구성 착수
유엔이 무아마르 카다피(69) 리비아 국가지도자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반정부 세력은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과도정부 구성에 착수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 밤(현지시각) 10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15개국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리비아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카다피 정권 핵심의 국외여행 금지, 국외자산 동결, 반인도주의적 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즉각적인 조사 등이 뼈대다. 자산 동결 대상 명단에는 카다피와 자녀 5명, 여행 제한에는 카다피와 자녀 8명, 핵심 측근 8명 등 모두 16명이 올랐다. 유엔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에 반인도적 범죄사건을 넘긴 것은 2005년 수단 다르푸르 내전의 인종학살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결의안은 “평화적 시위에 대한 폭력진압을 포함한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개탄하고 민간인 사망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폭력의 즉각 중단과 국민의 정당한 요구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리비아 공군기의 시위대 공격을 막기 위한 비행금지구역 선포와 국제사회의 군사행동과 같은 물리적 개입은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결의안은 카다피에 대한 국제법정 소환 여부를 두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일부 국가가 이견을 보여 논쟁을 거듭하다가 리비아 상황에 대한 회부 및 진상 조사로 수위를 낮춰 통과됐다. 앞서 25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금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더 많은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라며 “안보리의 결단력 있는 행동”을 촉구한 것처럼, 카다피 친위세력과 반정부세력 간의 무장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하는 사태를 한시라도 빨리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선 지난 15일 첫 시위 발생 이후 지금까지 2000명이 숨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으나 정확한 사망자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반기문 총장은 결의안 채택 직후 “결의안의 만장일치 채택은 인권침해 범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카다피는 법적 정통성을 잃었다. 즉각 리비아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카다피의 퇴진과 국외 축출을 공식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한편 최근 유혈진압에 항의해 사직한 무스타파 압델 잘릴 리비아 전 법무장관은 이날 벵가지에서 과도정부가 구성됐고 3개월 뒤 선거를 치를 계획임을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27일 현재까지 주로 외국인들을 포함해 1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리비아를 탈출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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