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리비아차관, 동부에 ‘알카에다 국가 건립’ 주장”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가 이 나라 동부 지역 대부분에 이어 23일(현지시각) 수도 트리폴리에 근접한 일부 서부 도시도 장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점차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의 통제 권역이 트리폴리로만 좁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알카에다가 리비아 동쪽 지역에 ‘이슬람 에미리트(토후국)’를 세웠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2일 이후 <로이터> 통신, <시엔엔>(CNN), <에이피>(AP) 통신 등은 속속 튀니지에 들어가 현지 소식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에이피> 통신은 23일 반정부 시위대가 서쪽의 주요 도시인 미스라타를 접수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 서쪽 도시인 사브라타에서도 이틀째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에이피>는 리비아의 외무차관이 이날 트리폴리에서 유럽연합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알카에다가 리비아 동부 데르나에 이슬람 토후국을 세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혼란 속에 이슬람 근본주의 확산을 가장 경계하는 서구사회를 위협하려는 거짓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리비아는 현재 정부의 기능이 대부분 마비된 극도의 혼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의 용병들이 시위 진압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에 저항하는 무장세력 전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카다피 집권 40여년 동안 리비아에선 정당은커녕 변변한 시민단체 하나 없을 정도로 야권의 정치세력화가 미약한데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무너지다시피 하면서 지역에 뿌리를 둔 부족사회의 영향력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벵가지 인근 국경도시 살룸 주민인 무함마드 잘라이는 “벵가지는 폭도와 총으로 무장한 청년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벵가지에서 나오는 길은 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동부 도시 베이다(바이다)의 한 주민은 자신의 형을 포함해 26명이 카다피 충성파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며, 시위대가 탱크와 전투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시엔엔>은 22일 “(리비아의) 봉기를 지휘하는 단일하고 통일된 지도부는 없는 것 같다. 모든 연령대의 시민과 부족 동맹들이 시위에 가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부 지역 일부에선 시위 지도부가 질서 회복을 위해 자체적으로 ‘인민위원회’들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이집트와 튀니지 등 리비아의 인접국에 리비아 난민 수용을 요청했다. 이집트 군 당국은 난민과 부상자 치료를 위해 국경 검문소를 24시간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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