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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버지 구하기 나선 둘째아들

등록 2011-02-21 21:34수정 2011-02-22 21:36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
사이프 정치개혁 언급 ‘유화책’
강경파 넷째아들과 후계경쟁
일곱 아들이 최대위기에 빠진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까?

정권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20일(현지시각) 리비아 국민 앞에 나선 것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가 아닌 둘째아들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39)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내전을 경고하면서 아버지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상당 부분은 정치개혁 문제를 언급해 가다피 정권의 정권유지를 위한 절박함을 보여줬다.

사이프는 카다피의 7명 아들 가운데 가장 개혁적이고 국민들의 신망이 높다는 점에서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정권의 새 얼굴로 다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의 연설은 최고통치자 카다피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격분할대로 격분한 시위대와 카다피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부족장들을 돌려세워 정권유지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카다피는 “내가 바로 혁명”이라며 공식직함 없이 ‘혁명지도자’로서 국정의 전권을 행사해 왔고, 개인의 사유물처럼 다뤄왔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서 리비아주재 미국 대사관은 “카다피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정권의 최대목표가 되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할 정도였다.


후계자를 공식화하지 않음으로써, 최근 수년 동안 둘째인 사이프와 가다피의 국가안보좌관을 맡고 있는 무타심 간의 후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분석기관인 <스트랫포>는 이번 시위 강제진압과정도 승계구도를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 카다피 세력의 거점인 벵가지에서 발생한 반정부시위를 중화기까지 동원해 강제진압도 개혁성향의 사이프가 밀치고 유력한 후계자로 부상했던 무타심의 정권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참사라는 것이다. 무타심은 정권내 보수세력의 대표격인 마그다디 알마흐무디 총리와 군부의 지지를 받아왔다.

카다피의 둘째 부인과 사이에 낳은 큰 아들이기도 한 사이프는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비영리법인인 ‘카다피 재단’을 이끌며 인질 석방과 미 팬암기 폭파사건에 관한 미국과 보상협상에 나서는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대외 업무 등을 맡아 후계자감으로 주목받아왔다. 2006년에는 아버지의 비민주적 정치를 비판해 잠시 외유하기도 했지만, 강압적인 아버지 카다피를 설득해 민주적 조처 등을 이끌어내는 ‘정권 내 야당’ 이미지를 구축해 국민적 신망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성향에 대한 정권내 보수세력의 거부감 때문에 무타심에게 밀려 2008년 돌연 정계은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사이프는 2009년 10월 리비아의 행정부 격인 ‘시민·인민위원회’의 위원장 격인 ‘조정자’로 추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스코틀랜드 교도소에서 풀려난 ‘미 팬암기 테러범’ 압델 바셋 알리 알-메그라히를 데리고 돌아오는 일을 제외하면 두드러진 활동을 해오지 못했다.

반면 국가안보위를 총괄하며 후계자로 급부상했던 넷째아들 무타심은 이번 강제진압의 실질적으로 주도한 ‘무자비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지만, 유혈진압이 역풍을 맞으면서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벵가지의 유혈진압은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특수부대장인 막내아들 카미스와 셋째아들 사디가 군정보기관 총책임자인 압둘라 사누시와 함께 현장을 직접지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리비아 축구협회장인 사디는 시위 초기 벵가지를 찾았다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부인의 소생인 첫째 아들 무함마드는 리비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리비아 시위대는 초기부터 카다피 족벌의 권력독식(네포티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쳐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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