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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카다피 ‘42년 철권통치’ 궁지…“마지막 총알까지 쏠것”

등록 2011-02-21 20:00수정 2011-02-22 15:09

리비아 반정부 시위 발생 지역
리비아 반정부 시위 발생 지역
카다피는 ‘권력 사수’
“시위대에 굴복 않겠다”
아들들이 유혈진압 지휘

시위대는 ‘피의 보복’
“정치 개혁만으론 안돼”
군부대 향해 자살공격
무아마르 카다피(69) 리비아 국가지도자의 42년 통치가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카다피 쪽이나 시위대 쪽이나 ‘사생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제2의 도시 벵가지 등 동부도시 시위가 서쪽으로 1000여㎞ 떨어진 수도 트리폴리로까지 확대되기 수시간 전, 카다피의 둘째아들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가 국영텔레비전에 나와 “리비아는 튀니지와 이집트가 아니다. 마지막 총알 한발까지 쏘며 싸우겠다”고 연설한 것은 카다피 정권이 순순히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튀니지의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전 대통령이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확산되는 민주화 시위에 야권세력과 대화하겠다고 나섰던 것과 달리, 리비아는 초반부터 무차별 유혈진압에 들어갔다. 서구사회와 2000년대 이후 관계 개선을 했다고는 하나 리비아는 이집트처럼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도 아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신문 <샤피크 알아우사트>는 카다피 일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가 유럽에 있는 모든 친척들을 리비아에 돌아오도록 지시했고 그들은 리비아에서 죽을 결의가 돼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 60년
리비아 60년
1969년 카다피가 이집트의 나세르 혁명에 고무돼 비밀결사조직인 자유통일장교단을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켰던 곳이 벵가지였던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당시 카다피가 벵가지의 관공서를 장악한 지 2시간 만에 국왕이 퇴위하면서 무혈쿠데타는 성공했다. 이후 자신의 저서 <그린북>에서 기존 정당민주주의를 파산한 제도라 비판하며 일종의 직접민주주의를 설파한 그는 1977년 국명까지 자마히리야(사회주의 인민주권 민주주의)로 바꾼 뒤 ‘당근과 채찍’으로 리비아를 철권통치해왔다. 세계 10대 석유생산국으로 꼽히는 리비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전체에서 4위이고 여타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절대빈곤율도 낮다. 하지만 반대세력에겐 망명지까지 요원들을 보내 철저하게 보복했고, 특히 1996년엔 트리폴리 인근 아부 살림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중화기 등을 난사해 1000여명을 학살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게 “중동의 미친개”라고 불린 카다피는 미군의 트리폴리 공습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적이 있다.

반서구·반외세를 내세웠던 카다피는 2003년 팬암기 폭파사건 등에 대해 거액을 배상하고 테러 지원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 등과 관계를 회복하는 대외이미지 개선과 함께 민영화 작업 및 외국투자 유치 등 실리 추구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정부의 어떤 공식 직함도 갖지 않고도 국내에선 여전히 전제적 통치자로 군림해왔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 확산된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지켜보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막대한 석유자원과 부족간의 갈등, 그리고 무자비한 보안군 등을 고려할 때 정권교체가 거의 어렵다는 판단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군부대를 향해 사실상 “자살공격”에 나설 정도로 비분강개해진 리비아 시위대들의 기세는 카다피의 정치개혁 약속만으로는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권 유지의 열쇠는 군과 각 부족의 충성심에 달려 있지만, 카다피로선 어느 쪽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속에서 시위대와 카다피 쪽이 끝까지 맞설 경우 대규모 유혈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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