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저임금 쫓긴 노동자들 시위·파업 확산
군사최고위, 야권 인사 등 포함 ‘8인 개헌위’ 구성
군사최고위, 야권 인사 등 포함 ‘8인 개헌위’ 구성
87년 한국 닮은 시위 양상
독재가 무너지자 억눌렸던 변화의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경찰, 은행원, 구급차 운전사, 화물차 운전사, 관광업체 직원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격화되며,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이제 노동자들의 경제적 투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정치적 민주화 욕구 분출이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던 한국의 과거와도 닮아 보인다.
14일 이집트 국영 구급차 운전사들은 카이로 기자지구의 나일강변에 구급차 70여대를 세워놓고 임금인상과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국립은행 은행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이날 모든 은행 문을 닫도록 지시했다. 이집트 은행들은 예언자 무함마드 탄생일로 원래 휴일인 15일을 쉬고 16일에나 업무가 재개될 예정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한 시위대가 물러간 타흐리르 광장에는 경찰이 몰려들어 명예 회복과 임금인상,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경찰들의 사진과 함께 “이들도 무바라크 정권의 희생자”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들은 자신들의 월급이 같은 계급 군인의 절반도 안 되는 500~600이집트 파운드(약 10만~12만원)밖에 안 되지만 하루 15시간 넘게 일해왔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국영 운송업체 직원들도 국영 텔레비전 방송국 주변으로 몰려가 의료보험 혜택 확대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국영 카이로 운송에서 18년 동안 운전사로 일한 아흐메드 사이드는 “월급의 반은 집세로 내고 나면 식료품 살 돈 정도만 남는다. 아이가 병원이라도 가야 한다면 나와 아내는 굶어야 한다”며 ”(무바라크 퇴진 전에는) 조심하지 않으면 체포됐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먹을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군사최고위는 15일 성명을 통해 8인 헌법개정위 구성을 발표하고, “위원회는 발표 이후 앞으로 10일 안에 헌법개정 작업을 끝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13일 2개월 안에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인 위원회는 신망이 높은 타레크 알비샤리 전 행정법원장이 맡고, 헌법재판관 3명(1명은 기독교인)과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대표를 포함해 전직 판사, 법률학자 등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됐다. 8인 위원회에 참여한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법률가인 소브히 살레흐 전 하원의원은 “위원회 위원들이 탄타위 국방장관과 사미 에난 합참의장 등 최고위 수뇌부를 면담했다”며 “군부는 가능하면 이른 시일안에 민정 이양과 헌법개정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최고위는 또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사회적 상황은 파업과 연좌시위가 끝나기 전에 개선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재앙적인” 파업의 종료를 촉구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군사최고위는 또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사회적 상황은 파업과 연좌시위가 끝나기 전에 개선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재앙적인” 파업의 종료를 촉구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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