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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움직임 긴박한 군, 권력 잡나

등록 2011-02-11 19:39수정 2011-02-11 22:49

28년만에 군 최고지휘관 20여명 회의
새 ‘권력중추’이자 ‘수호자’ 역할 자임
이집트 군부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명예 퇴진’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군이 이제 우리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야권과 시위대의 기대에 어긋난다. 전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 불가 방침을 밝힌 뒤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제 군이 나서라”고 촉구했지만 허사였다.

대신 군부는 11일(현지시각) 무바라크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과 점진적 정치개혁의 보증인을 자임하면서 시위대에게는 생업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대규모 시위 시작을 앞두고 군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무바라크에 대한 불신임을 밝힐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으나 전날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 소동’ 때처럼 들어맞지 않았다.

‘코뮈니케 2’로 이름붙여진 이날 군부의 발표 내용은 무함마드 탄타위(76) 국방장관 주재로 사미 아난(63) 합참의장과 육, 해, 공, 방공 사령관 등 20여명의 최고지휘관이 참가한 가운데 오전에 열린 최고회의의 결과를 담은 것이다. 수시간의 격론 끝에 군부는 전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밝힌 점진적 정치개혁을 보증하고,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사다트 암살사건 이후 30년간 지속돼 온 긴급조치법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군부는 탄타위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소집한 최고회의를 마치고 “국가 수호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코뮈니케 1’을 발표했다. 군 최고회의 소집은 6일전쟁(3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던 1967년, 10월전쟁(4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던 1973년 이후 28년 만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이나 후계자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쿠데타 때나 발표하는 코뮈니케(성명) 형식의 발표문을 내놓으면서, 군부가 ‘부드러운 쿠데타’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기도 했다. 아난 합참의장과 하산 알루에이니 카이로 방어사령관 등은 타흐리르 광장에 나타나 “오늘 모든 요구가 총족될 것”이라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듯했다.

그러나 11일 발표된 성명으로 미뤄 군부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는 쿠데타적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군부는 대통령이 사임하지도 않지만 통치하지도 않는 ‘초헌법적 상황’에서 권력의 새로운 중추이자 수호자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동시에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으로의 권력 이양 지지”, “자유롭고 공정한 9월 대선 보장” 등으로 민심도 달래는 제스처를 하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동안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변함없이 요구해 온 시위대의 눈에는 기대를 저버린 군부가 무바라크와 함께 공통의 적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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