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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위 불꽃’ 전국 확산…정부 “군 진압” 연일 경고

등록 2011-02-10 20:01

9일(현지시각) 이집트 시위, 파업 상황
9일(현지시각) 이집트 시위, 파업 상황
지방도시 노동자 파업·농민 도로 점거
오늘 ‘100만인 집회’ 앞두고 긴장 고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즉각 축출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노조와 지방도시들의 가담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는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연일 무력 진압을 경고해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민주화 요구 시위 16일째인 9일(현지시각), 이집트 야권은 노동자 파업이라는 원군을 얻기 시작했다. 나일 삼각주 공업도시들에서 수천명씩 파업에 나서는 공장들이 잇따랐다. <에이피>(AP) 통신은 수에즈운하 입구인 부르사이드에서 운하 노동자 6000여명이 파업에 들어가 처우 개선과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인근 도시 힐완과 마할라에서도 노동자들이 같은 요구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수도 카이로에서도 일부 공장이 파업에 들어갔다. 버스와 전기, 박물관 등의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시위를 조직하고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행동은 사회경제적 갈등 폭발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있다. 국영기업이 많은 이집트에서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곧바로 국가권력으로 향할 수 있다. 노조 지도자 카말 압바스는 “노동자들은 무바라크의 가족이 수십억달러씩 챙겼다는 소식에 자극받아 파업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언제까지나 참을 수만은 없었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북부 대도시들에 집중되던 시위는 남부지역 주도들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스유트에서는 농민 8000여명이 고속도로와 철로를 점거해 농민들도 나서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5명이 숨진 엘카르가에서는 흥분한 주민들이 경찰서에 불을 질렀다. 같은 날 북부 도시 부르사이드에서도 빈민들이 주 정부 청사에 침입해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시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서깊은 도시 아스완에서는 청년실업자 5000여명이 관공서를 점거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도 무력 진압을 예고하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외무장관은 “혼란이 발생한다면 군은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나설 것이며,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고 국영 <메나>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비상계엄법 폐지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우리가 이런 어려움에 처했는데 어떻게 비상계엄법을 없애라고 하냐”고 반발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전날 “이런 상황을 장기간 용인할 수는 없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시위의 확산 조짐과 정부의 강경 입장 고수에 따라 ‘2차 100만인 집회’일로 정해진 11일을 하루 앞둔 10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주변의 긴장감은 높아가고 있다. 시위대 1000여명은 전날 광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의사당 앞에도 텐트를 설치하고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시위 지도부의 압델 하미드는 타흐리르 광장뿐 아니라 여러 곳으로 시위대의 거점을 확대하는 게 11일 집회의 전술이라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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