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등 마케팅 책임자 ‘고님’
시위 불지핀 페이스북 모임 관리
보안당국에 12일 동안 감금당해
시위 불지핀 페이스북 모임 관리
보안당국에 12일 동안 감금당해
“영웅은 따로 없어요.” 세계 최대 포털업체 구글의 중동·북아프리카 마케팅 책임자인 와엘 고님(30)은 겸손했다. 보안 당국에 체포됐다가 12일 만에 풀려난 고님은 어느새 이집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집트 민영 <드림2 텔레비전>은 그가 석방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인터뷰 방송을 내보냈다. 그는 7일 방송에서 “저는 영웅이나 어떤 상징도 아닙니다. 분명한 건 저한테 일어난 일은 범죄라는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범죄’는 지난달 27일 저질러졌다. 무바라크의 30년 독재에 맞선 ‘코샤리 혁명’(콩으로 만든 이집트 전통 음식)이 시작된 지 이틀째 일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보안 당국은 이집트 출신인 그를 ‘역적’으로 취급했다. 그를 반정부 시위의 한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2주 전 반정부 시위에 불을 댕긴 단체 가운데 하나인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다’란 페이스북 모임의 숨은 관리자였다. 이 모임은 지난해 6월 이집트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경찰에게 맞아 숨진 젊은 기업가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고님은 체포 직전 마지막으로 쓴 트위트에서 “정권이 내일 시민들에 맞서 전쟁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듯해 걱정이다. 우리 모두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친구 집을 나서다 소리 소문 없이 세명의 보안 요원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갔다. 보안당국은 고님의 눈을 가린 채 2주 동안 감금했다. 그는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들은 계속해서 그의 석방을 외쳤다. 마침내 무바라크 정권은 야권에 내놓은 추가 양보안 가운데 하나로 그를 풀어줬다.
고님은 “이번 혁명은 인터넷에 의한 젊은이들의 혁명이자, 이젠 모든 이집트인들의 혁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바라크를 뒷받침해온 집권 민족민주당에 단호했다. “이 나라 어디에서도 민족민주당의 로고를 보고 싶지 않다. 나라를 말아먹은 건 바로 이 당이다.”
미국 거대 기업의 임원인 탓인지 그는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글은 인터넷이 차단된 이집트에서 트위터와 손잡고, 전화 음성메시지를 트위트로 바꿀 수 있는 특별서비스를 지난달 개시하기도 했다. 고님은 석방 직전 내무부 장관이 찾아와 자신에게 한 말을 옮겼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결국 당신이 이겼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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