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추천해야 대선후보 등록 ‘독소조항’
헌법개정위원회서 핵심 사안 논의될듯
시위대 ‘무바라크 즉각 퇴진’ 접을지 주목
헌법개정위원회서 핵심 사안 논의될듯
시위대 ‘무바라크 즉각 퇴진’ 접을지 주목
6일(현지시각) 이집트 사태가 정부와 야권세력의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자마자 헌법개정 위원회 설치라는 타협책이 나와 시위 정국이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9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후계자로 유력시되던 아들 가말도 대권 추구를 포기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헌법 개정은 정권교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하원에서 단독 대선후보를 내고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식이 저항에 부닥치자 2005년 헌법을 고쳐 직선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집권당이 장악한 의회의 추천을 받아야만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게 하는 독소조항이 붙어, 자유선거를 실질적으로 차단해왔다. 상·하원과 지방의회 의원 250명의 지지를 우선 얻어야한다는 것이다.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진 지난해 11·12월 총선에서 여당이 하원 518석 중 83%를 차지한 사실상의 일당독재 상황에서 야권 후보의 대권 도전은 처음부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민주화운동 진영에서는 의회 해산을 주요 구호로 내세워왔다. 여당 독점 의회에서는 헌법 개정도, 정권 교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족민주당 등 원내 정당들이 이날 부정선거 시비와 관련해 의회 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새로 판을 짜는 분위기에 호응하는 양보 조처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은 또 최근까지 ‘정권 즉각 퇴진’과 대화 불가 원칙을 밝히던 최대 야권세력 무슬림형제단이 주요 당사자로 참여해 ‘역사적인 전환점’(<아에프페>(AFP) 통신)으로까지 평가된다. 시위의 기세가 1954년 가말 압델 나세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 등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되어온 무슬림형제단을 단숨에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릴 정도로 정치지형을 바꿔놓은 것이다.
1928년 설립된 무슬림형제단은 1970년 폭력 노선을 포기하고 세속주의 단체와의 협력 의지를 밝히는 등 변신을 시도해왔다. 반면 한때 야권의 단일 대화창구 자격을 위임받았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여전히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만이 유일한 해법이자 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해 무슬림형제단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와 야권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라는 요구를 접지 않고 있어 헌법 개정 추진이라는 카드만으로 사태가 진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야권도 각자의 권력 추구욕이 있는데다, 사태 해법이 제각각이라 일치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바라크 정권이 정권교체의 길을 완전히 터주는 헌법 개정에 동의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무슬림형제단 쪽은 당장 회담의 내용과 성과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내놓으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 단체의 한 간부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현 정권 쪽에서 어떤 진지함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건 대화나 협상이라고 부를 수도 없으며, 우리는 민주적 단계로의 진입을 위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필요하다는 핵심 조건을 걸고 대화에 응했다”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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