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시위 확산
“표현자유 보장” 반정부투쟁 공간 열어줘
민주개혁 요구 전면적 수용 가능성은 낮아
“표현자유 보장” 반정부투쟁 공간 열어줘
민주개혁 요구 전면적 수용 가능성은 낮아
공개적 태도 첫 표명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83) 대통령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것인가.
이집트 군은 시위대의 ‘100만인 시위행진’ 하루 전인 지난 31일(현지시각), 군은 시위대에 발포 또는 무력 진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했다. 무바라크 정권과 민중시위 사이에서 소극적 관망 태도를 유지해오던 군이 공개적 태도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집트 군은 이날 이스마일 에트만 대변인이 국영 텔레비전 방송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군은 대중들에게 무력 사용을 해서도 안되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평화적 방식의 표현의 자유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된다”고 밝혔다. 군 성명은 사실상 시민들에게 반정부 시위 공간을 공식적으로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31일 “군 성명이 무바라크의 권력 장악을 약화시켰다”며 “이집트 정치지형이 결정적으로 바뀌었했다”고 평가했다.
이집트군 참모총장 출신이자 술레이만 부통령의 친구인 마무드 슈크리는 “군은 어느 누구의 허수아비도 아니다”며 “군이 이번 사태가 내전으로 치달을 것이란 판단이 들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이집트를 떠나라고 요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동전문가 스티븐 코헨은 31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엔피아르>(NPR)에 “이집트 군부는 이제 무바라크 정권의 유지가 아니라 군의 정통성 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는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 등 자유장교단이 왕정을 무너뜨린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정권의 핵심이었다. 나세르 초대 대통령(재임 1956~1970)에 이어 안와르 사다트(1970~1981), 호스니 무바라크(1981~ 현재)까지 역대 대통령이 모두 군 출신이다. 무바라크가 민심 회유차 기존 내각을 해산하고 새로 임명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아흐메드 샤피크 총리 역시 전직 군인들이다.
군부가 무력진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전면적 민주개혁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군부 내 일부 세력은 이번 시위를 1989년 중국 정부가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천안문 사태’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미 시민혁명 단계로 접어든 시위를 군부가 무력으로 진압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졌다. 발포 명령이 떨어진다 해도 대부분 빈민 출신인 병사들과 초급 장교들이 명령을 따를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중동정치 전문가인 스티븐 준스 샌프란시스코대 교수는 포털사이트 야후의 뉴스블로그 ‘룩아웃’과의 인터뷰에서 “군이 무력수단을 동원해도 국민이 군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종할 경우 권력이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중시위에 끝까지 버티다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은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이나 유고의 밀로세비치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도 이집트 군부에 시위를 무력진압할 경우 군사적 지원과 협력을 끊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군부는 술레이만 부통령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집트 시민들은 술레이만 체제도 무바라크 정권과 다를 게 없다며 구체제 완전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군과 경찰력에 의존해온 이집트의 기득권 정치체제가 근본적 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도 이집트 군부에 시위를 무력진압할 경우 군사적 지원과 협력을 끊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군부는 술레이만 부통령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집트 시민들은 술레이만 체제도 무바라크 정권과 다를 게 없다며 구체제 완전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군과 경찰력에 의존해온 이집트의 기득권 정치체제가 근본적 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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