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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무바라크 독재 ‘고립무원’

등록 2011-01-30 19:24수정 2011-01-31 08:55

경찰 대신 투입된 진압군, 시민들과 악수·포옹
카이로광장 2만명 집회 “과도정부 구성” 촉구
혁명 전야. 호스니 무바라크(83)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30일(현지시각)로 엿새째 이어진 이집트의 상황이 딱 그렇다.

최대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등 야권의 5개 단체 지도자들은 이날 카이로 중심의 타흐리르광장에서 2만여명이 모인 집회에서 과도구국정부 구성과 군이 주도하는 위원회가 안보를 담당할 것 등을 촉구했다. 민족민주전선의 오사마 가질라이 하르브는 <비비시>(BBC)와 회견에서 구국정부 협상권한을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구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부여했다며, 구국정부는 비상법 폐지와 모든 정치범 석방 등을 관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2005년 대선에서 나섰던 인권변호사 아이만 누르 등 정치 지도자가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카이로 도심엔 오후 4시부터 실시되는 통금을 무시한 시위대로 넘쳐났고, 중무장 군인들은 정부청사 등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만 차단한 채 시위에 개입하진 않았다. 시민들은 전차에 올라타 “무바라크 퇴진”을 외쳤고, 군인들과 악수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조기 통금이 시작되는 오후 4시가 되기 직전 전투기와 무장헬기가 평화적인 집회가 열리고 있던 타흐리르 광장 상공을 낮게 선회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무바라크 대통령은 군 사령부 작전본부를 방문해 건재를 과시했다.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로 28~29일 이틀 동안에만 사망자가 62명(이집트 보안당국 발표)에서 많게는 150명을 넘어섰으며(현지 의료진 집계), 부상자도 수천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29일 내각을 전격 해산한 데 이어 최측근인 오마르 술레이만(74) 정보국장과 아흐메드 샤피크(70) 민간항공장관을 각각 부통령과 총리로 임명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29일 이집트 전역을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이집트 거주 자국민들에게 탈출을 권유하며 항공편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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