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아랍국 시위 격화
숨죽이던 민주화 열망
독재 맞선 튀니지 혁명 뒤 이웃 예멘·알제리 등 번져
“과거 쿠데타 바람처럼 변화의 시기 오고 있다”
독재 맞선 튀니지 혁명 뒤 이웃 예멘·알제리 등 번져
“과거 쿠데타 바람처럼 변화의 시기 오고 있다”
“해방의 카라반들이 튀니스에 합류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3일(현지시각)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지방민들이 현지에서 낙타 대상을 빗댄 ‘해방의 카라반’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아랍국가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해방의 카라반’들로 요동치고 있다. 애초 극심한 생활고로 촉발된 시위가 뚜렷한 민주화 시위로 진화했다.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후폭풍이다. 지난 주말 동안 예멘, 요르단, 알제리 등 인접국에서도 빵과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예멘에선 33년째 장기집권해온 압둘라 살레(63) 대통령 정부가 반정부 시위로 자칫 붕괴될 처지에 빠졌다. 종신 개헌을 추진해오던 살레 대통령은 일주일째 계속된 시위에 굴복해 23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내가 실수한 게 있으면 국민의 용서를 구한다”며 “(현직 7년 임기가 끝나는) 2013년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바짝 엎드렸다. 24일엔 전날 시위 때 체포된 야당 소속 여성언론인 타와쿨 카르만을 석방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전날 예멘 수도 사나에선 수천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1명이 숨지고 카르만 등 19명이 체포됐다.
튀니지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도 23일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재개됐다. 지난 15일 알제 외곽에서 분신한 시민이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알제리에서는 12일 이후에만 8명이 분신해 2명이 숨지는 등 올 들어 반정부 시위로 5명이 목숨을 잃고 800여명이 다쳤다. 다급해진 알제리 정부는 식량값 인하, 밀가루·우유·전기 등 생필품 보조 확대를 약속했지만 시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열흘 전 독재자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을 쫓아낸 튀니지에선 ‘완전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민 수천명은 23일과 24일 튀니스의 무함마드 간누치 과도정부 총리 집무실 앞에서 옛 집권당 출신 정치인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대중집회 및 야간통행 금지에 불복한 채 전날 밤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전국의 교사들도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튀니지 국영 <테아페>(TAP) 통신은 과도정부가 23일 가장 인기있는 민영 티브이 방송 <한니발>을 ‘반혁명과 혼란 확산’ 혐의로 한때 폐쇄하고, 방송사 소유주를 벤알리 전 대통령을 복귀시키려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은 ‘민중의 소리’라는 채널명으로 전파 송출을 재개했다.
이집트의 강력한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도 이날 “튀니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의 물결에 25일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도 21일 수천명의 시민이 고물가와 실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나딤 셰하디는 23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지난 100년 동안 한 지역의 분위기가 바뀌면 그 지역 전체를 바꾸곤 했다”며 “(중동 아랍에서) 오스만 튀르크 제국 붕괴 이후 민주와와 서구화 바람이 일었고, 1948년 이후 쿠데타 바람이 일었던 것처럼, 북아프리카에서 비슷한 변화의 시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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