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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랍 여기자 속옷 벗긴 ‘이스라엘 검색’

등록 2011-01-13 19:23수정 2011-01-14 09:33

“재킷을 벗으시오. 스커트와 셔츠도. 브래지어도 벗으세요.”

지난 11일 저녁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고급호텔 연회장 앞.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여기자 나즈완 시므리(31)는 보안검색 요원의 요구에 극도의 수치심과 분노를 느껴야 했다. 시므리는 수백명의 이스라엘 주재 외신기자들과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례 외신기자회견에 초대받아 온 참이었다. 여성 보안검색 요원은 시므리의 몸을 더듬고 금속탐지기 검색까지 요구했다. 시므리가 임신 초기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배려는 없었다. 이스라엘 쪽의 요구로 회견 시작 1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아랍권 언론인들끼리만 따로 줄을 서서 기다린 뒤였다.

시므리는 “그냥 돌아가겠다”며 옷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슬립만 입은 채 줄에서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시므리는 “이런 대우는 나에 대한 보안검색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내가 아랍인이기 때문에 취해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며 개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3일 “대다수 서방 언론인들은 탈의 요구를 받지 않은 채 무난하게 검색 과정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외신기자협회는 비난 성명을 냈다. “보안검색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언론인들을 초청해 놓고 5성급 호텔의 칵테일 파티장 문 앞에서 옷을 벗기는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왈리드 알오마리 <알자지라> 예루살렘 지국장은 이스라엘 당국에 항의서한을 보내 “우리가 아랍 언론인이란 이유로 모욕적인 차별을 하지 말고 다른 언론인들과 동등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파문이 커지자 이스라엘 보안당국은 영문 인터넷뉴스 <와이넷>에 이런 공식성명을 냈다. “그런 행사에 초청된 손님은 누구나 관례적인 보안검색을 받게 돼 있다. 여기자 3명은 그런 절차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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