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 지지세력간 충돌로 최소 20명 숨져
지난달 대선을 치른 아프리카 중서부 연안국가 코트디부아르의 정국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전 수도이자 최대도시인 아비장에선 16일 유혈충돌로 다수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코트디부아르 사태는 지난달 28일 대선에서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가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에 승리했지만 그바그보 쪽이 부정선거를 이유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더욱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와타라 후보의 대선 승리를 공표한 지 하루만인 지난 3일 헌법위원회가 선관위 발표를 뒤집고 그바그보의 당선을 선포해 대혼란의 불을 키웠다. 다음날 그바그보가 대통령 취임식을 강행하자 와타라 전 총리도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면서, 2명의 대통령이 공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와타라 지지 세력의 격렬한 시위에 북부 반군까지 합세하자 정부 보안군이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양쪽의 충돌은 무장투쟁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아비장에서는 국영방송사로 행진하던 시위대와 정부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양쪽에서 최소 20명이 숨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중부 티에비수에서도 한때 총격전이 벌어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아비장 주재 미국 대사관에 ‘탄도를 벗어난’ 로켓추진 수류탄이 날아들었으나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미 국무부는 현지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의 철수를 허용했다. 유엔은 이미 지난 6일 비 필수요원 460명의 철수를 지시하고 평화유지군 병력을 증파했다.
아프리카연합(AU)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와타라 전 총리의 당선을 공인하고 그바그보 쪽에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바그보 전 대통령 쪽이 군과 핵심 국가기관을 장악하고 있어 정권 이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코트디부아르는 15세기 이래 유럽의 노예 및 상아 무역 식민지였다가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했다. 코트디부아르(Cote d’Ivoire)라는 국호는 프랑스어로 ‘상아 해안’이란 뜻이며, 영어권에선 같은 뜻의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란 명칭을 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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