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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피랍설’ 이란 핵과학자 미국서 나타나

등록 2010-07-13 22:52수정 2010-10-27 17:03

아미리,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서 피신…송환 요청
“CIA, 납치 뒤 조용히 돌려보내려다 실패” 주장
지난해 6월 실종돼 1년여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이란의 핵과학자 샤흐람 아미리(32)가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피신한 뒤 본국 송환을 요청하고 있다고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외무부의 압둘 바시트 대변인은 이날 “이란 외무부 당국이 아미리의 본국 송환 방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관리들도 워싱턴 소재 파키스탄 대사관 내 이란 구역 담당자들과 접촉한 뒤 이런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아미리가 미국 쪽 요원들에 의해 지난 12일 밤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외교관계가 단절된 상태여서, 각각 주이란 스위스 대사관과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을 통해 외교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말레크 아슈타르 대학의 핵물리학자인 아미리는 지난해 5월 말 사우디아라비아로 성지순례길에 오른 지 사흘 만에 실종됐었다. 이란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보당국과 공조해 아미리를 납치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이 “아미리가 미 중앙정보국의 오랜 공작 끝에 미국으로 망명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아미리 실종 사건’의 자국 관련설을 일체 부인하거나 확인을 거부해왔다. 앞서 이달 초 이란 외무부는 자국 주재 스위스 대사관에 있는 미국 외교관들을 불러 아미리가 미국 정보요원들에게 납치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들과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아미리의 행방이 확인되면서, 지금까지 그의 종적을 둘러싼 수수께끼와 ‘납치설’의 진상도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아미리’가 등장하는 비디오 영상만도 3개나 나왔다.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가 지난달 8일 방영한 동영상에는 한 남성이 “미국으로 납치돼 고문을 받았으며 <시엔엔>에 출연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발표하면 1000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아미리는 13일 미국 주재 <프레스 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영상이 나가자 미국이 나를 제3국 항공편으로 조용히 돌려보낸 뒤 모든 의혹을 덮으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버지니아주에서 미국 정보원들에게서 탈출했다는 한 남성이 “나는 이란을 배반하지 않았다”며 간절히 구조를 요청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필립 크라울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아미리가 자유의지로 미국에 잠시 머물렀고 돌아가는 것도 자유롭다”고만 확인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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