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호선 총격’ 파문] 승선자들이 전한 충돌상황
활동가들 탑승 선박에 작전 집중…일부 승선자들 귀환
활동가들 탑승 선박에 작전 집중…일부 승선자들 귀환
‘자유 가자운동’(FGM)의 구호선박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 과정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구호선박 승선자들의 증언을 재구성한 당시 상황을 보면, 이스라엘 특수부대의 작전은 5월31일 새벽 4시30분께 어둠 속에서 전격 감행됐다. 공격은 구호선박 6척 가운데 활동가들이 주로 탑승한 ‘마비 마르마라’호에 집중됐다. 어둠 속에서 2척의 고속정이 마비 마르마라호 양쪽에 접근했고 헬리콥터가 상공에 나타났다. 긴급상황을 파악한 활동가 30여명이 갑판 위에 모여들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원 10명은 헬기에서 선박으로 내린 뒤 곧바로 선박을 멈출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활동가들의 거센 저항으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활동가들이 쇠막대와 새총 등으로 격렬히 저항하는 모습이 담겼다. 군인들이 진압에 나서자, 흥분한 시위대는 군인들의 권총 등을 빼앗으려 들면서 군인 1명을 바다에 빠뜨렸다고 이스라엘 국방부는 주장했다.
상황이 악화돼 현장 지휘자가 작전본부에 발포 승인을 요청하자 “사격해도 좋다”는 승인이 떨어졌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숨진 활동가 2명이 군인들에게 총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나포 선박들을 자국 아슈도드항으로 끌고 간 뒤 사상자를 텔아비브와 하이파 등의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스라엘 내무부는 1일 “나포 선박에는 모두 686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강제추방에 동의한 45명은 벤구리온 공항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여성과 한살배기 아이를 포함한 그리스인 6명은 이날 아테네로 돌아왔다. 이들은 <에이피>(AP) 통신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승객들을 마구 때리고 전기충격봉을 휘둘러 배가 피바다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심하게 맞았으며 모든 소지품을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승선자들은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감옥에 수감됐거나 아슈도드항에 억류된 채 기소 여부를 위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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