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투표소 열자마자 폭탄…그래도 이어진 행렬

등록 2010-03-07 20:53수정 2010-03-08 07:44

이라크 총선일인 7일 사람들이 바그다드 북동부에 투표 방해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탄 공격을 받아 무너진 호텔을 바라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중부 라마디에서 베일로 얼굴을 가린 이라크 여성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바그다드 라마디/AP 연합뉴스
이라크 총선일인 7일 사람들이 바그다드 북동부에 투표 방해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탄 공격을 받아 무너진 호텔을 바라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중부 라마디에서 베일로 얼굴을 가린 이라크 여성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바그다드 라마디/AP 연합뉴스
이라크 총선 실시




수니 과격파, 공격 주도
당일에만 수십명 숨져
집권세력 과반 힘들듯

이라크 총선일인 7일 아침 7시 투표소가 문을 여는 것과 거의 동시에 투표를 방해하기 위한 폭탄공격이 시작됐다. 바그다드의 한 빌딩에는 로켓포탄이 날아들고 시내에 박격포 수십발과 수류탄이 떨어지는 등의 공격으로 이라크 전역에서 이날 최소 38명이 숨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이라크 재건’을 염원하는 이라크 사람들이 철조망 쳐진 투표소에서 기꺼이 검색을 당하고 표를 행사하는 모습 또한 끊이지 않았다. 일련의 폭탄공격은 특히 수니파 내 다수파의 총선 참가 자체를 막으려는 수니파 과격 무장정파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는 총선날 바그다드에만 군인과 경찰 수십만명을 배치했다. 폭탄테러 우려 때문에 원칙적으로 차량 이동은 금지됐으며 사람들은 걸어서 투표소에 가야만 했다. 바그다드 시내 중심가에는 검문소가 추가로 들어서 사람들은 약 50m마다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라크 정부는 국경을 봉쇄했고 공항도 폐쇄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비비시>(BBC)에 “이라크인들은 테러에 도전받더라도 응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폭력사태가 투표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비시>는 투표를 촉구하는 사원들의 스피커방송들이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이라크 총선은 시작 전부터 긴장이 높았다.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이라고 주장하는 이라크이슬람국가(ISI)는 선거 이틀 전인 5일 선거 방해를 위해 “선거 당일 이라크 전역에 통행금지를 선포한다”며 “명령을 어기는 자는 무자헤딘의 각종 무기에 자신을 노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재자 투표가 시작된 4일엔 투표소 2곳에서 일어난 폭탄공격으로 12명이, 6일엔 한 사원 인근 버스에서 폭탄이 터지며 4명이 숨졌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두번째인 이번 총선은 이라크가 자립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05~2007년 절정에 이른 폭탄테러는 이라크 전역을 거의 내전 상태로 몰고 갔다. 이후 치안이 상당히 안정되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거의 날마다 폭탄테러가 끊이질 않는다. 이라크 스스로 어느 정도 치안을 확보하지 않는 한, 오는 8월부터 내년 말까지 예정된 미군의 철수 일정도 변경될 수 있다.

종파와 종족으로 쪼개져 있는 이라크를 통합하는 문제는 ‘이라크식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위한 근본적 과제다. 다수파인 시아파(인구의 60%)의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이 1위가 유력하지만 선거법상 정권을 단독으로 구성할 수 있는 163석(전체 325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아파 내부에도 강경파이자 반미파인 무크타다 알사드르 정파 등이 참여한 이라크국민연맹(INA)이 있어 정파적 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소수파(35%)이면서 정권을 장악했던 수니파의 향배도 중요 변수다. 수니파는 2005년 총선 때는 선거를 보이콧했으나 이번에는 참여로 선회했다. 외신들은 알말리키가 총선에 참여한 수니파 온건파를 정부에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연합 성공의 결정적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수종족인 쿠르드족이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있다. 알말리키가 선거에 승리해도 정부 구성부터 시작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