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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총선 선물공세 ‘요지경’

등록 2010-03-02 22:20수정 2010-03-02 22:41

후보들 앞다퉈 유권자에 선물…정육점 재고 바닥도
금품살포 불법 규정 없어…현 총리는 권총까지 돌려

 오는 7일 총선을 앞둔 이라크에 때아닌 ‘선물 잔치’가 한창이다. 총선 후보들이 앞다퉈 표심을 노린 선물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난방유나 식료품 등 뜻밖의 횡재를 쓸어줍느라 바쁘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지난주 이라크 북서부 바쿠바에서는 한 후보가 나눠주는 냉동닭고기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바그다드 남쪽 바빌주에서는 후보들이 중국에서 수천켤레의 운동화와 운동기구들을 수입했다. 남부 지역에선 후보들이 수시간 동안 장난감, 전화카드, 담요 등을 뿌리고 다녔으며, 바그다드에선 다량의 고기들이 선거 ‘잔치’에 쓰이는 바람에 정육점의 재고가 바닥날 지경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육업자인 무하마드 살랄은 양고기 값이 1㎏당 미화 11달러에서 15달러로 뛰었다고 말했다.

 노골적인 금품 살포에는 지역과 여야가 따로 없다. 집권당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도 최근 부족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문장이 새겨진 권총을 돌렸다는 비난이 일자 “솔직히, 정부 편에 선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권총과 소총을 주면서 사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리크 알하셰미 부통령도 지난달 26일 바그다드 인근 마을에 케이크를 돌렸다. 케이크를 받아든 멜루크 압둘 와하브는 “지금은 하셰미에게 투표할 생각인데, 다른 후보가 더 좋은 것을 주면 그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공공연한 금품살포가 딱히 불법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라크에는 정당의 정치자금 조성 및 사용에 관한 법률조차 아직 없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부군사령관은 ‘이라크’와 ‘데모크라시’(민주주의)를 합쳐 ‘이라크라시’라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총선 혼탁상은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로도 나타나고 있다. 선거홍보물 노출을 위한 자리다툼이 싸움으로 커지고, 자원봉사자들이 상대 후보의 총격을 받았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라크 총선은 정파와 종파(시아-수니), 민족(아랍족-쿠르드족), 종교(이슬람-기독교) 간 대립과 석유자원 이권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뒤엉킨 복잡한 구도 속에서 치러진다. 알말리키 총리는 이번 총선에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바트당 후보들의 출마를 금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무너진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끌던) 바트당이 이번 총선에 침투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라크가 당면한 더 복잡한 딜레머들을 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친미 성향의 시아파 집권당이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미 강경 시아파인 무크타다 알사드르 정파의 세력이 만만치 않은데다, 사담 후세인이 이끌던 수니파 바트당을 비롯해 수많은 군소정당이 경합을 벌이기 때문이다. 쿠르드 정파는 이 틈에 강력한 결속력으로 정치적 지분 확대를 노린다.

 미국으로선 이번 총선이 7년간의 이라크 전쟁을 종결짓는 막바지 절차다. 레이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이 지난달 브리핑에서, 올 8월 말까지 완료 예정인 미군 전투병력 철수 계획이 이라크 상황에 따라 늦춰질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라크 정국 안정이 미국의 최대 관심사라는 점을 방증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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