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26일 정부 감식기관에 대한 차량폭탄테러로 최소 18명이 숨진 현장에서 사람들이 자폭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바드다드에선 하루 전에도 고급호텔들을 겨냥한 연쇄테러로 36명이 숨지는 등 최근 6개월 새 400여명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바그다드/AFP 연합뉴스
여섯달새 400명 숨져
시아·수니파 갈등 격화
시아·수니파 갈등 격화
이라크 정국이 심상치 않다. 3월 총선과 8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수를 앞두고 혼돈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군의 도시 지역 철군 이후 곳곳에서 대형 테러가 잇따르고, 정치권에선 종파간 힘겨루기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라크에선 지난해 8·10월·12월 잇따라 이라크 정부 청사들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250여명이 숨지는 등 최근 6개월새에만 400여명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테러 목표가 정부 청사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25일 바그다드에서 고급호텔들을 노린 연쇄폭탄테러로 36명이 숨진 데 이어, 26일에는 테러 용의자들의 지문이나 관련 자료를 보관중인 감식기관을 겨냥한 테러로 최소 18명이 숨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시아파 종교집회와 기독교 교회도 테러의 대상이 됐다. 현 정부의 치안 능력에 흠집을 내고 정국 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다.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25일 “최근의 테러들은 사담 후세인 전 정권과 연계된 반군들의 활동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에둘러 수니파 무장세력을 겨냥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 정부는 3월 총선을 앞두고 과거 집권당인 수니파 바트당에 대한 견제와 사담 후세인 흔적 지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 산하 ‘책임과 정의 위원회’는 바트당 관련 인물 498명의 총선 출마를 금지해 해당 정치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투르크족 출신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출마 금지가 분파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며 대법원에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논란이 커지자 위원회는 25일 출마금지 철회를 요구한 150여명 가운데 59명에 대해 ‘신분확인 오류’를 이유로 선거금지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알말리키 정부는 또 바트당 당기와 후세인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동상과 벽화 등 바트당 상징물들에 대한 철거를 가속화하고, 바트당을 미화하는 행위를 불법화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 전했다. 이라크는 의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므로, 재집권을 노리는 알말리키 정부는 의회 다수당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이라크 정국이 혼란스러워지자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지난 주말 이라크를 전격방문해 알말리키 총리 등과 정국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으로선 이라크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밀착하거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란군이 한때 이라크 접경지대의 유전을 점령했다가 물러난 사건은 상징적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스트랫트포>는 최근 이란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이란의 군사행동은 이라크가 이란과의 동맹관계를 복원하도록 알말리키 총리 같은 독립 성향의 시아파 정치인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26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4명에게 안전 지역인 ‘그린존’으로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5일 발생한 테러가 2003년 이래 최대 규모”라며 “사업차 체류 중인 4명이 위험지역에 있어 ‘그린존’으로 이동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조일준 이용인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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