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0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남아공은 일부다처제를 헌법으로 보장한 국가이다.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 출신인 제이콥 주마(67) 대통령은 줄루족의 이런 전통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칠순을 앞둔 주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30살 연하의 여성과 줄루족 전통의식으로 5번째 공식 결혼식을 거행했다. 이날 결혼식은 콰줄루-나탈주의 고향마을 공터에서 3000여명의 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미 법적으로 부부관계이고 세명의 자식을 둔 토베카 마브히자(37)를 줄루족 친척과 어른들에게 공식적으로 소개하고 축복을 받는 자리였다. 마디바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마브히자에게는 이미 2007년도에 로볼라(신부 몸값)가 지불됐고,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식엔 다른 두명의 부인과 함께 ‘3명의 페스트레이디’가운데 한명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공식결혼식은 주마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에 미뤄져 왔다.

마브히자는 이날 루이뷔통 터번과 줄루족 왕관으로 치장하고 주마를 남편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전통춤울 췄다. 표범 가죽으로 만든 치와 머리띠를 두른 주마 대통령은 너무 흥에 겨운 나머지 답례춤을 추다 넘어졌지만 다치지는 않았다고 남아공 언론들은 전했다.

주마 대통령 본인은 자신이 일부다처주의자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일부일처주의자인 양 하면서도 애인과 아이들을 숨기고 있는 정치인들이 많지만, 나는 이를 숨기지 않겠다”며 “나는 아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남아공 젊은이들 사이에선 일부다처제가 돈이 많이 들고 시대에 뒤떨어진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부인이 많다보니 자식도 많다. 남아공 대통령의 공식 누리집은 19명의 자식을 인정하고 있다. 1973년에 결혼한 첫째부인과 아이가 없을 뿐, 1998년 이혼한 두번째 부인인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현 내무장관)과는 4명, 2000년 “24년간의 지옥같은 결혼 생활”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셋째부인과는 5명, 2008년 결혼한 네째부인과는 2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이밖에 로볼라(신부 몸값)을 지불한 약혼자만도 2명이고, 이 가운데 이미 한 아이를 낳은 봉기 은게마와는 내년에 6번째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05년 강간혐의로 기소돼 무죄판결을 받았던 또다른 여성과의 사이에도 1명의 자식이 있다. 나머지 3명은 누구와의 관계에서 출생한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휴가 때마다 찾는 고향마을인 은칸들라에 6500만랜드(약100억원)을 들여 세명의 부인들과 살 새 집들을 짓고 있다고 남아공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