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이란 반정부시위
중도개혁파 전 의회의장 “거룩한날 살상…” 비난
무사비 조카 표적 암살 의혹도…또다른 파문 예고
* 아슈라 : 시아파 최대 기념일
중도개혁파 전 의회의장 “거룩한날 살상…” 비난
무사비 조카 표적 암살 의혹도…또다른 파문 예고
* 아슈라 : 시아파 최대 기념일
시아파 이슬람의 최대 기념일인 아슈라를 맞은 27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은 최루탄 가스와 총성, 격렬한 구호와 핏빛 비명으로 물들었다. 시위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비디오 영상들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성을 시위대가 부축하는 장면, 경찰서가 불타는 장면, 시위대가 사망자의 주검을 옮기면서 “내 형제를 죽인 자들을 죽이겠다”며 절규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이란 당국이 공식 확인한 사망자만 8명이다. 지난 6월 대선 부정 항의시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다. 그러나 아마드 레자 라단 경찰청 부국장은 “사망자들은 의심스런 방법으로 살해됐으며, 경찰은 발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혈진압이 벌어진 27일은 시아파 이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상징적인 날이어서 사태의 휘발성은 더욱 크다. 시위대는 “이달은 피의 달이며, 야지드는 몰락할 것이다”라고 외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야지드는 이슬람이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리되기 전인 7세기에 제4대 칼리프이자 선지자 무함마드의 조카인 알리 이븐 탈리브가 참살(661년)된 뒤,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까지 학살(680년 카르발라 전투)하고 제6대 칼리프 직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 학살일이 이슬람력 정월 10일인 ‘아슈라’다. “야지드가 몰락할 것”이란 구호는 현재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시아파 이슬람의 원수인 야지드에 빗댄 것이다.
지난 6월 대선의 개혁파 후보였던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조카인 세예드 무사비가 27일 암살된 것도 뇌관이다. 무사비의 측근인 모센 마흐말바프는 28일 표적암살 의혹을 제기했다. 마흐말바프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세예드가 27일 테헤란의 집 앞에서 괴한 5명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며, 이것은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경고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당국이 병원에 옮겨진 세예드의 주검을 가져갔으며 가족들에게는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무슬림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시위 땐 주로 테헤란의 개혁 성향 중산층과 대학생들이 참여했지만 이번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과 노년층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중도개혁파 성직자인 메디 카루비 전 의회의장은 “어떻게 아슈라 기념일에 무고한 사람들의 살상을 명령하느냐. 통치세력은 왜 거룩한 날을 존중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란 정부의 공식 기관지인 <이란 데일리>의 칼럼니스트 간바르 나데리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개혁파 진영은 지지자들에게 잘못된 날짜에 잘못된 장소에서 집회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28일 무사비 지지자들은 세예드의 주검이 있던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맞섰다. 이란 공안당국의 개혁파 지도자 검거 바람도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란에선 지난 19일 개혁진영의 정신적 지주인 그랜드 아야톨라(시아파 최고위 성직자)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타계를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다시 불붙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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